[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국토부교통부가 올해 말까지 전국 8개 휴게소에 구축하겠다던 수소충전소 보급 실적이 사실상 '0'인 것으로 드러났다. 휴게소가 위치한 지방자치단체와 충분한 사전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공약에만 몰두했던 '탁상행정'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 고속도로 휴게소 내 구축된 수소충전소는 지난 2월 구축된 영동고속도로 여주휴게소(강릉방량) 단 1곳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수소연료전기차 '넥쏘'를 홍보하기 위해 임시로 운영해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국토부가 야심차게 내놨던 계획은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6월 여주휴게소를 포함, 전국 8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대상 후보지는 영동선 여주(강릉방향)을 비롯, 경부선 안성(서울·부산)과 언양(서울), 중부선 하남만남(양 방향), 호남선 백양사(천안), 중부내륙선 성주(양평), 남해선 함안(부산) 등이었지만, 여주휴게소를 제외하면 전국 고속도로 내 단 한 곳의 수소충전소도 구축하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이행률은 0%다.

당시 국토부는 충전소 부족 문제를 수소차 보급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꼽으며, 주요 보급지 위주에만 충전 시설이 구축돼 장거리 이동에 제약을 받아왔던 수소차 애로사항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했던 계획은 예상치 못한 각 휴게소 지자체의 반발에 부딪히며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성시 등에서 휴게소 내 수소충전소 건립 인허가에 제동을 걸었고 이후 다른 지자체들도 같은 이유로 쉬쉬해오다 지난 20일에서야 인허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휴게소 내 수소충전소 부지를 제공하는 한국도로공사 관계자 역시 "지방자치단체 등과 처음으로 진행하고 위험시설이다 보니 요구사항이 있어 조금 지체된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 3월이면 안성 부산방향 휴게소의 경우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대목은 사전에 지자체와 중앙정부 기관 등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공약을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 공약이 공수표에 그치는 가운데 수소차는 대폭 늘어났다. 작년 11월 누적 기준 국내에 등록된 수소차는 175대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월 753대까지 늘어났다. 1회 충전으로 최대 609㎞까지 달릴 수 있는 현대차 넥쏘 출시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넥쏘가 국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며 "보조금만 뒷받침된다면 출고에는 문제가 없도록 대책을 짜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넥쏘는 지난 2월 실시한 사전계약 첫날에만 733대의 수요가 몰린 바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소차와 달리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10여 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여기에는 현대차가 보유한 시설 등도 포함돼 실제 수소차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충전소는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서 수소차를 구매한 이용자들은 선뜻 장거리 주행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책 발표 당시 구축 계획을 밝힌 것이지 완료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선 정부가 수소충전소 사업을 주도할 게 아니라,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김양혁기자 mj@dt.co.kr

불 꺼진 경기도 여주휴게소 내 수소연료전기차 충전소. <김양혁 기자>
불 꺼진 경기도 여주휴게소 내 수소연료전기차 충전소.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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