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개봉한 '마약왕'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영화는 정확히 1970년대로 시곗바늘을 맞췄다. 마약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두삼'. 그리고 그를 돕고 쫓고 함께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다뤘다. 영화비수기에도 7일만에 관객수 160만명을 동원했다.

송강호가 주인공 이두삼을 연기하고,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흥행작 '내부자들'(2015)의 우민호 감독이 만들었다는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상영시간은 139분.

이두삼의 실제모델이 1970년대 국내 최대 마약업자 이황순이라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져 있다.

"애국이 별게 아니다! 일본에 뽕 팔믄 그게 바로 애국인기라!"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년대 한국. 하급 밀수업자였던 이두삼은 우연히 마약 밀수에 가담했다가 마약 제조와 유통 사업에 본능적으로 눈을 뜨면서 사업에 뛰어든다. '수출이 애국'이던 시대, 한 인물의 입을 통해 한 시대의 그늘을 표현했다.

평범한 가장이었던 이두삼이 밀수에 손을 대고, 이윽고 마약을 유통하며 승승장구하다 결국 몰락하고 마는 서사가 담긴다.

영화 속 총격전은 당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치밀하게 고증하고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만들었다. 지난 1980년 3월 20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부산 히로뽕밀매단 무장대치 3시간'이라는 기사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자세히 그리고 있다.

해당 기사는 "대규모 히로뽕 밀조 밀매단 두목 이황순(45·부산시 00 00000)이 19일 오후 4시경 그의 집을 급습한 히로뽕단속수사반에 엽총을 쏘면서 맹견까지 풀어 3시간이나 반항하다 일당 3명과 함께 붙잡혔다"고 전한다. 이황순을 설명한 기사의 한 토막을 들여다본다.

"이(황순)는 지난 72년 12월 13일 금괴를 밀수해 특정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기소되어 서울고법에서 징역 4년, 벌금 1천4백만원을 선고받고 마산교도소에서 복역, 73년 11월 13일 폐결핵으로 형집행정지처분을 받아 11월 20일 풀려나왔고 78년에는 부산지법 마산지원에서 히로뽕밀조죄로 4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1년간 복역하다 작년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다시 히로뽕밀조단을 조직, 일본과 부산·서울·대구·마산 등 국내 유흥가에 히로뽕을 밀매해 왔다는 것."

극중 이두삼은 이후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대검찰청에 마약과가 신설됐다는 나레이션을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실제로는 대검찰청에 마약과가 1989년에 생겼다.

영화 초반 부산에서의 밀수 장면에 등장하는 유엔대사는 배우 송영창이 연기했다. 이두삼에게 호된 고난을 겪게 하는 중앙정보부 실장 백운창 역은 영화감독이기도 한 배우 김해곤이 맡았다. 드라마 '손 The 게스트'에서 빙의 연기로 주목 받은 배우 이중옥은 부산 건달 윤강식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천만 배우 송강호와 우민호 감독의 만남으로 주목받은 '마약왕'이 호화외화 '아쿠아맨'과 '범블비' 속에 어떤 성적표를 만들지 관심이다.

김광태기자 ktkim@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광태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