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사업은 중앙부처 IT시스템 1355개를 3년간 유지관리하는 것으로, 공공부문 최대 IT유지관리 프로젝트다. 그동안 각 부처가 하던 IT시스템 운영관리가 관리원으로 일원화돼, 기존 사업자들은 수주 실패 시 만회 기회가 없어 치명타를 입는다. 그럼에도 이번 사업을 두고 기존 사업자들조차 제안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관리원은 사업발주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1~2년이던 사업기간을 3년으로 늘려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사업 설명자료에는 "사업을 통해 우수 중소·중견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범정부 SW산업 정책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다. 공공 IT사업은 대기업 참여가 제한돼 중견·중소기업이 수행하는데 기업들은 정부 요구가 기업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수준이라고 하소연한다.

◇100명 쓰면서 인건비는 40명만 지급=100명이 필요한 사업에 40명 분 대가만 주면서 나머지 인건비는 개발기업에 줘야 할 비용에서 충당토록 한 기형적 사업구조부터 문제다. 관리원은 대전센터 정보시스템1·2군, 광주센터 정보시스템 1·2군에 각각 54명, 44명, 41명, 41명의 운영인력을 필수 투입하도록 했다. 운영인력을 이보다 더 제안하는 기업은 제재한다고 까지 명시했다.

그러면서 예산항목에 없는 유지관리 인력을 추가 투입토록 했다. 대전센터 1·2군, 광주센터 1·2군에 각각 최대 76명, 58명, 48명, 59명이다. 표현은 '투입할 수 있다'지만 이들 인력 없인 시스템 운영이 안된다고 기업들은 설명한다. 기업들이 필수 투입 운영인력보다 훨씬 많은 유지관리 인력을 인건비도 못 받고 투입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관리원은 그동안 필수 운영인력을 소폭 줄여왔지만 서류상일 뿐 실제로는 유지관리 인력 일부를 운영에 투입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도 운영인력을 기존보다 10% 가량 줄이라고 요구했지만 일부 사업에선 운영업무에 해당하는 인력을 유지관리 인력으로 추가 투입하도록 했다.

◇HW·SW 개발기업들도 피해= 추가 투입 유지관리 인력 인건비는 HW·SW 개발기업에 주는 유지보수 서비스 예산에서 떼어서 충당하는 구조다. 사업 예산이 시스템 운영인력 인건비와 SW·HW 유지보수 서비스 비용으로 구성되다 보니 필연적 결과다.

정부는 제품당 유지보수 요율만 계산해 유지보수 서비스 예산을 책정했다. SW 12%, HW 8%가 기준이다. 그런데 이 중 일부가 인건비로 쓰이다 보니 실제 제품당 유지보수 요율은 6~8%로 더 낮다. SW·HW기업이 제값 받지 못하고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메이저 업그레이드까지 요구하면 기업 부담은 더 커진다. 지금도 낮은 요율 때문에 유지관리 사업자와 제품 개발기업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데 메이저 업그레이드까지 등장하면 상황이 훨씬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제안을 준비해온 IT업체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인 오라클은 22%로 타협 불가이고 티맥스 같은 국내 기업도 15%까지 요구한다"면서 "대부분 기업이 이전보다 3~5% 올려 요구해 메이저 업그레이드는 말도 못 꺼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사업별로 예상 적자규모가 최소 연 30억원에 달하고 특정 사업은 예상 비용이 사업예산의 150%에 달한다"면서 "아예 유지보수료 협상에 응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고 밝혔다.

관리원은 수주기업에 계약 100일 내에 개발기업 기술지원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제출하지 못하면 페널티 금액을 물어야 하고 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 유지관리 기업은 사업을 수주해도 100일간 전쟁을 벌여야 한다.

정부 내 최대 IT 수요기관이 이런 식이다 보니 다른 공공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민간이나 해외에 비해 턱없이 낮은 8~12% 유지보수 요율조차 안 지켜지다 보니 IT기업들은 미래 투자는커녕 현상유지조차 힘들다고 호소한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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