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달랑 한장 주고서… 가맹점, 결제·환불 우왕좌왕 가맹점 직원 사용법 숙지못해 고객들 카드 결제로 바꾸기도 결제요청하자 대뜸 "기자세요?" 충분한 교육 없어 실효성 의문
가맹점 QR코드를 제로페이 이용자의 휴대폰으로 촬영한 뒤 비밀번호와 결제금액을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주현지 기자
"제로페이로 결제했다가 환불받는 데만 10분 넘게 걸렸네요. 활성화 되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지난 21일 오전 12시경 서울 종각역 근처 카페 앞에서 만난 김모씨(여)씨는 이렇게 토로했다. 김씨는 커피머신이 고장이 나 40분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알바생의 말에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자 직원은 전달받은 매뉴얼의 전부라는 종이 한 장을 가져와 환불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담당 매니저가 다시 나와 환불 처리를 도왔고, '결제한 금액이 다시 통장으로 입금됐다'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10분 만에 환불받을 수 있었다.
23일로 서울시와 정부가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야심차게 '제로페이' 서비스를 내놓은 지 3일째. 그러나 시장에서는 아직 그 정착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결제 시장을 주도해온 카드업계의 반응이다.
당장 지난 21일 종각역 인근 카페의 매니저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익명을 요구한 매장 매니저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제로페이 QR코드, 매장 앞에 붙일 스티커 등을 주기만 했다"며 "구체적인 사용법을 전달받은 게 없어 아직 직원들에게도 생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간편 결제를 내세웠던 제로페이는 불편한 게 단점으로 꼽혔다. 환불 등의 불규칙적인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왕좌왕 거리기 일쑤였다.
디지털타임스가 지난 21~23일 사흘간 직접 방문한 서울 종로구와 영등포구 지하상가 일대의 제로페이가 가능한 가맹점을 취재한 결과, 여기저기서 불편함이 보였다.
심지어 가맹점 직원이 제로페이의 방법을 제대로 숙지 못해 고객이 카드 결제로 바꾼 사례도 있었다.
서울 광화문 근처 가맹점에서 제로페이 결제를 시도한 이모씨(여)씨는 "매장 직원이 큐알코드를 보여줘야 결제가 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면서 "현재 제로페이는 네이버, 페이코 등 해당 앱을 켠 후 매장에 있는 큐알 코드를 스캔해야 하는데, 직원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일반 카드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사람들 또한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나마 오는 사람들 또한 제로페이를 취재하기 위해 온 기자들이 다였다.
지난 22일 오후 3시경 서울 영등포구 지하상가에서 유일하게 제로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커피점에서 제로페이를 사용하겠다고 말하자, 카페 사장 김모씨는(여) 다짜고짜 "기자님 이세요?"라고 물었다. 이어 김씨는 "아직까지 오는 사람이라곤 기자들이 다라면서, 손님들의 경우 제로페이를 이용하기 위해 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지하상가 자영업자들은 제로페이가 실효성이 떨어지는 데다 교육도 부족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해당 지역에서 악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김모씨(여)는 "대부분의 상인들이 제로페이 결제를 하기로 동의했지만, 등록하는 방법에서부터 환불하는 방법까지 알기 어렵다보니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 박모씨(여)는 "지하상가에 오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한명 한명 큐알 코드를 찍고 있는 것보다는 카드를 결제하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한다"면서 "뿐만 아니라 고객들도 앱을 깔고 해야 하는 과정들이 있는데, 이 같은 과정을 다 하고 오는 고객들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