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환경주의/카트린 하르트만/에코리브르/1만7000원

"우리는 환경을 위해 좋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이 약속을 얼마나 믿고 신뢰해야 할까. '위장환경주의'는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다국적 기업들의 민낯을 추적하고 분석해 이들의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독자들에게 고발하고 있다. 그린워싱은 환경 파괴의 주범이면서도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것처럼 위장하는 대기업들의 태도를 일컫는다.

저자인 카트린 하르트만은 세계 최대 식품기업인 스위스 네슬레의 캡슐커피 이야기부터 풀어놓는다. 이 회사는 전 세계 400여 개 매장에서 네스프레소 라는 브랜드로 매년 100억개의 캡슐커피를 팔고 있다.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에는 "네스프레소 커피 한 잔은 이를 향유하는 순간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쓰여있다.

하지만 저자는 해당 문구가 실상과는 다르다고 얘기한다.

이 캡슐을 제조하는 데 연간 8000톤에 달하는 알루미늄이 쓰이는데, 1톤의 알루미늄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이상 사용할 전기가 필요하고, 이로부터 8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는 것이다. 알루미늄 생산에 쓰이는 전기는 전 세계 전기 소비량 3%를 차지한다. 하지만 네슬레는 알루미늄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직 생산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저자는 기업의 이러한 행태로 인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펼치는 다각적인 노력이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그러면서 '그린'으로 그럴싸 하게 포장한 다른 기업의 실상들도 드러낸다.

대표적으로 석유생산 대기업 셸은 자사를 풍력발전소로 광고하고 있고,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퍼 쓰면서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이라고 표현한다.

또 몬산토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있는 살충제까지 판매하지만 자사를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화학업계의 대기업 헨켈은 에너지업계의 거물들과 손잡고 핵발전소와 석탄 화력발전소가 유지되도록 애쓰면서도 풍력으로 움직이는 터빈에 "재생 에너지에 중요한 기여를 합니다"라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니레버의 파울 폴만 회장이 자사를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NGO'라고 소개하는 것과 달리, 이 기업은 매년 8톤이나 되는 원료(소고기, 대두, 종려유 등)를 소비하는데, 그중 절반은 전 세계에 있는 산림을 파괴해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들의 '그린 워싱'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서명 운동 등 시민행동에 동참할 것을 소비자들에게 당부한다. 이를 통해 "우리의 음식을 독점적 손아귀에 넘겨주는 거물 기업의 합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카트린 하르트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암마인에서 예술사·철학·스칸디나비아학을 공부하고, 일간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의 뉴스·정치 담당 기자를 거쳐, 2006~2009년에는 월간 잡지 '네온'의 기자로 일했다. 그는 2012년에 펴낸 새로운 빈곤에 관한 책 '우리는 유감스럽지만 바깥에 머물러야 한다'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플라스틱 행성'을 감독한 베르너 부테의 영화 '더 그린 라이'를 촬영하기 위해 출간됐으며, 카트린 하르트만은 영화에 함께 참여하고 시나리오도 같이 썼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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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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