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한국지엠(GM)을 볼모로 삼은 미국 GM(제너럴모터스)가 한국 정부로부터 2조원에 달하는 지원을 이끌어냈다.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예정대로 8100억원의 '혈세'를 투입하기로 했고, 정책금융기관도 군산공장 폐쇄로 신음하는 한국GM 협력업체에 1조2000억원 규모의 대출·보증 만기를 연장해준다. 정부는 이런 '당근책'으로 앞으로 10년간은 한국GM을 국내에 묶어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19년 산업부 업무보고' 직후 관계 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 제고 방안'에서 군산공장 폐쇄로 타격을 입은 한국GM 협력업체를 위해 대출과 보증 만기를 1년 연장해주기로 했다. 금액으로는 1조2000억원 규모다.
이로써 한국GM 경영정상화에 직·간접적으로 투입되는 규모는 2조원에 달한다. 앞서 한국GM과 정부는 올해 4월 '한국GM 10년 유지'를 포함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합의하는 대신, 산업은행은 7억5000만 달러(8100억원)의 출자를 약속한 바 있다. 이는 한국GM이 이달 13일 시설자금 4045억원 조달을 목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하면서 '8100억원의 혈세' 투입은 주금 납입일은 오는 26일 마무리된다.
한국GM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었지만,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난 2월 돌연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이후 민심은 차갑게 등을 돌렸다. 올 들어 11월까지 국내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2% 줄어든 8만2889대에 그쳤다.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여론 악화도 문제지만, 시판 중인 제품군의 경쟁력 자체가 악화했다는 분석에도 별다른 신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기간 수출도 5.8% 빠졌다. 판매 악화가 곧바로 '일감 부족'으로 직결하는 모양새다.
한국GM이 국내로 배정한 신차는 앞으로 2년 뒤에나 생산할 수 있다.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서 각각 오는 2020년, 2023년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때까지 한국GM과 협력사들이 버텨낼 경쟁력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
산업은행 측은 GM 측과 약속한 '10년 보장'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나타내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5월 계약 때 물량 배정을 약속했고, 연구와 생산이 분리되는데 각각 법인에 대해서도 10년간 보장한다"며 "10년 이후에는 생산법인과 연구개발 법인 모두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10년 후에도 보장받는 것을 구속력 있는 문서로 받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GM과 산업은행은 한국GM의 독립된 R&D법인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신설 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협의를 마무리했다. R&D법인을 구조조정으로 보고 있는 한국GM 노조는 '밀실협상'이라고 주장하며 19일 전반조와 후반조에 걸쳐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