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축구 스즈키컵 우승
총리도 벌떡 일어나 환호성
16경기연속 무패 '매직' 완성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제 조국 대한민국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이 동시에 박항서 매직에 매료됐다.

박항서 감독(사진)은 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1대 0 승리를 거둔 뒤 "선수들과 코치들, 그리고 우리를 응원해주신 모든 베트남 국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베트남 대표팀이 아세안축구연맹(AFF) 2018 스즈키컵에서 우승을 한 것은 10년만의 일이다.

경기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앞서 1차전 원정 경기를 2대2로 비기면서 베트남팀은 0대0으로 비기더라도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심혈을 기울여 최종 결정골을 넣었다.

전반 6분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으로 돌파한 응우옌 꽝하이의 크로스를 '맏형' 응우옌 안둑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내지른 기막힌 왼발 발리슛이 말레이시아의 골망을 갈랐다. 순간 베트남 총리를 비롯한 베트남 국민은 물론 한국에서 이를 지켜보던 한국 팬들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4만 관중이 가득 메운 미딘경기장을 포함해 건물 곳곳이 흔들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우렁찼다. 아예 손을 번쩍 들어 올리고 서로 얼싸안으며 덩실덩실 춤을 췄고,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팬들도 많았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날 경기의 한국 시청률도 SBS에서 18.1%, SBS스포츠에서 3.8%을 기록했다. 합한 시청률은 21.9% 에 달한다.

베트남 국민의 감격을 더한 것은 이날 승리로 베트남팀이 16경기 연속 A매치 무패 행진(9승7무)을 이어갔다는 점이다.

박항서 개인은 물론 한국과 베트남 축구팬 모두가 한마음으로 기쁨을 나눈 순간이었다.

특히 이번 우승으로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보너스도 두둑히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스즈키컵의 우승 상금은 지난 2016년 대회 때 20만 달러(약 2억2700만원) 때보다 10만 달러(약 1억1300만원)가 오른 30만 달러(약 3억4000만원)다. 이에 따라 베트남은 30만 달러를 챙기게 됐고, 준우승한 말레이시아에는 10만 달러가 돌아간다.

박항서 감독에게는 '특별 보너스'가 주어진다. 베트남축구연맹(VFF)은 이번 대회 4강에서 필리핀을 꺾고 나서 박 감독에게 4만3000 달러의 보너스를 줬고, 베트남 가전업체인 아산조(Asanzo)는 박 감독에게 1만3000 달러의 보너스를 전달했다. 여기에 베트남 자동차 업체인 타코 그룹은 스즈키컵에서 우승하면 선수들에게 4만3000 달러, 박 감독에게는 5만 달러의 보너스를 약속했다.

경기를 마친 박 감독은 "최근 두 달 동안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라며 "선수들과 코치들, 그리고 우리를 응원해주신 모든 베트남 국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또 "축구 지도자라는 조그마한 역할이 조국 대한민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국민들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박항서 감독님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이 스즈키 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크게 축하한다"며 "지난 3월 베트남 국빈 방문 때 훈련장에서 만난 박 감독님과 베트남 선수들이 이룩한 쾌거여서 더욱 뜻깊다"고 썼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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