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예산이 470조 원으로 수퍼 예산이라고 한다. 금년보다 9%이상 증가했다. 어려운 국민들에게 잘 사용된다면 좋을 일이다. 최저임금 산정방식으로 인해 연봉 5000만 원이 넘어도 최저임금법 위반이라는 기사도 있지만 어쨌든 대기업 연봉은 중소기업에 비해 족히 두 배는 된다. 아마도 이 임금격차가 양극화, 이중노동시장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복리후생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은 훌륭한 구내식당만이 아니라 동아리활동에 학비지원까지 다양한 선택적 복리후생제도를 운영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자영업자들은 알바생들에게 점심식대를 지원하지 않으려고 정오에서 오후1시를 아예 근로시간에서 제외한다. 근로시간 단축도 300인 이상 사업장은 이미 시행중이지만 중소기업은 2020년 7월이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게 달갑지만은 않다.
대통령도 최저임금 속도가 너무 빠르냐고 질문을 던졌지만, 2년째 급하게 올라간 최저임금이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부정적이다. 대기업이야 노동조합도 있고, 상대적으로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이나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도 사실상 정부가 임금지급을 보장하기 때문에 큰 걱정이 필요 없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들은 급격한 변화를 수용할만한 여력이 없다. 물론 여력이 없으면 '문 닫으면 되지'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에서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다. 사장님이 살아야 근로자도 살 수 있다.
길을 가다가 보이는 식당의 휴게시간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부부의 모습역시 눈에 띄게 늘어났다.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기가 부쩍 많아졌고, 아파트 경비원의 심야 휴게시간도 늘어났다. 분명 최저임금은 인상되었는데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오히려 줄었다. 근무시간이 줄어서 다른 알바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알바 면접이 마치 정규직 채용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경쟁이 만만치 않다. 수 조원에 달하는 일자리안정자금을 풀고 있는데도 일터에서는 사장님이나 근로자나 둘 다 불안감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최근 노동조합 활동이 지나친다는 말들이 많지만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10% 수준이고, 민간부문만을 따지면 10%에 미치지 못한다. 2016년 말을 기준으로 300인 대기업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55.1%에 이르지만, 30명 미만 소기업의 조직률은 0.2% 수준이다. 최근 노동조합과 조합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특정 직종이나 업종에 치우쳐 있어서 소기업 근로자들의 노조결성이나 노조가입은 듣기 어려운 이야기다. 전국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알바생이나 수많은 식당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는 어렵다. 그들의 대표자는 누구인가?
정부는 2020년부터 소득이 낮은 계층의 청년실업자들에게 6개월 동안 매월 최대 50만원씩 300만원까지 실업부조로 지원한다고 한다. 최대 50만 명이면 1조5000억 원이 들어간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되어 있다. 국가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무이고, 실업자들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은 국가가 주도해서는 한계가 있다. 민간 기업들이 고용을 창출하도록 적극 도와주는 것이 첫 번째 일이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대로 일자리가 늘어나도록 정부가 도와야 한다.
대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시 말해 경영하려는 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이란 다면체이다. 어두운 한쪽만 보면 밝은 부분을 놓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또한 껍데기도 없어서 더욱 취약한 민달팽이 일자리인 자영업과 중소영세기업의 일자리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영업자와 중소영세기업의 사장님들의 경영의지도 잘 보듬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자리가 줄지 않고 늘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