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위, 검사확대 심의 유보 논의 절차만 추가 까다로워져 해 넘기며 법안 통과도 불투명 시범사업도 내년 상반기 끝나
개인들이 직접 전문기업에 의뢰해 유전자를 검사하는 DTC(개인의뢰유전자분석) 규제 개선이 또 흐지부지 됐다. 해당 업계에서는 '국내 사업을 포기하라는 얘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13일 유전자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생명윤리정책 최고 심의기구인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국생위)가 'DTC 검사서비스 인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권고하면서, 부대의견으로 DTC 항목 확대와 관련한 공청회·시범사업·국생위 심의를 거쳐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인증제라는 규제만 생기고, DTC 규제 개선의 핵심인 '항목 확대'를 위한 논의 절차만 더 까다로워졌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앞서 DTC가 허용되는 유전자검사 항목을 기존 12개에서 최대 150여개로 늘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선안'이 제출됐지만, 지난 8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에서 통과가 유보된 상태였다. 국내에서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피부 노화 등 12가지 검사항목만 DTC 허용이 제한돼 있다. 특히 소비자 수요가 높은 질병 예방·관리 분야의 유전자검사는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상대적으로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는 질병 진단, 약물 처방과 관련된 검사항목에 대해서만 DTC를 제한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등 10개 질환에 대한 DTC도 허용했다. 특히 일본과 영국에서는 DTC 관련 법적 규제 없이, 지침이나 협회 차원의 권고만 두고 있는 실정이다.
국생위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인증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한다. DTC 인증제는 검사실을 인증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검사 가능한 항목을 늘리는 제도다. 이는 그동안 의료계에서 요구해 온 것이다.
문제는 항목 확대 부분이다. 올해도 결국 항목 확대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졌고, 논의 절차도 복잡해졌다. 국생위는 아동 등 의사결정이 어려운 사람에 대한 배려, 일반 국민의 참여와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고 시범사업을 통해 허용항목 확대의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조만간 검사 항목이 확대돼 국내에서도 다양한 DTC 사업전개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던 업체들은 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DTC 업계 관계자는 "DTC 항목에 제한을 두지 않은 해외에서는 유전자 데이터에 AI(인공지능) 기술까지 접목해 이미 다양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의 DTC 항목 규제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국내 신산업 성장을 가로막은 대표적인 규제로 기억될 것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그동안 1년 동안 토론을 거친 상황에서 다시 공청회를 하라는 것은 내용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과 '원론'부터 다시 논의를 하라는 것"이라며 "국내 사업은 하지 말라는 얘기로밖에 안 들린다"고 토로했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기업들 힘을 다 빼놓은 뒤 '허용을 확대하기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면서 "결론 없는 논의가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의 반발이 이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치는 일정으로 추진하고, 공청회는 시범사업이 진행되는 중에, 또는 시범사업 이후에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크리던스리서치에 따르면 2014년에 656억원이던 세계 DTC 시장 규모는 2016년 1055억원으로 61% 성장했고 2022년에는 4053억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