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의 모기업 다임러와 BMW는 구글·우버·테슬라 등과 경쟁하기 위해 내년초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각각 해오던 차량공유 서비스, 전기차 충전망, 앱 등을 결합해 시장에서 파괴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구글은 이달초 세계 첫 로봇택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버는 2020년 하늘을 나는 택시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미래교통 경쟁 속에 한국은 뒤처져 있다. 국내 자율주행 기업은 대부분 기존 차량 개조 수준이고 자율주행 SW 설계가 가능한 인력이 거의 없다. 대규모 실증이 필요하지만 예산과 제도가 부족하고 차량공유 서비스는 이해갈등 속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외치지만 신산업을 둘러싼 갈등조정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 프레임 속에 미래산업을 키우는 힘 있는 정책도 못 내놓고 있다.
이장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혁신전략연구소장(사진)은 "2019년은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혁신성장의 기반 확립을 위해 매우 중요한 한 해"라면서 GDP 대비 R&D투자 세계 1위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국가R&D 패러다임을 바꾸고 정부R&D 20조원 시대에 맞는 비전과 장기로드맵을 새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KISTEP은 지난 8월 김상선 원장 취임 후 국가 혁신체계 싱크탱크인 혁신전략연구소를 설립하고 미래 어젠다를 발굴해 왔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관련 이슈를 논의하는 '혁신성장 국가혁신체계 대토론회'를 열었다.
이장재 소장은 이날 '국가기술혁신체계 2019 이슈와 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는 총요소생산성 저하, 신성장동력 부재, 추락하는 주력산업, 중국의 부상 등 다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차인 2019년 혁신성장 동력을 제대로 가동해 전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무엇보다 시장과 국민들에 혁신성장에 대한 신뢰감과 명확한 시그널을 전달하고 제조업과 데이터경제가 결합된 패러다임을 반영하는 '정부R&D 20조 시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국방R&D 개방 확대와 첨단기술 개발·실증화를 위한 한국형 DARPA(미 고등연구계획국) 설립, 혁신성장 분야별 민관 협의체 운영, 중소벤처기업부의 중기 R&D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 혁신성장을 위한 거버넌스 정비와 과학기술혁신본부 역할 강화를 주문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키워드로 제시했지만 실질적인 집행력과 컨트롤타워가 미흡하고 주력산업 재편과 신산업 육성을 통환 구조전환 전략도 부족하다"면서 "산업 구조전환 시대에는 기존 정책과 법제도, 규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방향전환을 위한 정책설계와 추진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스마트시티 등 8대 핵심 선도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이해관계자간 대립과 갈등해소 역할이 미흡하다 보니 혁신이 미뤄지고 신시장 창출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위원은 "정부가 혁신성장 전략과 관련해 기존 주력 수출산업과 대기업 대신 중소·중견·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을 강조하고 있지만 아예 정책 대상과 수단에서 제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신산업은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기업간 협업이 핵심인 만큼 기업규모에 따라 기업과 산업정책을 펴는 현재의 접근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선 KISTEP 원장은 "국가R&D 20조 시대를 여는 내년은 선진국의 패권다툼과 혁신산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중요한 해"라면서 "과학기술 혁신전략 싱크탱크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