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를 부과한 7월 이후 10월까지 무역통계를 보면 승자는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트럼프가 범처럼 설쳤지만 중국의 대미수출은 줄어들기는커녕 두 자리 수 증가를 했고 미국의 대중수출은 중국의 보복관세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중국은 여전히 월 300억~400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미국은 상품무역에서 세계의 공장 중국을 이길 수 없다. 1980년대 일본과의 무역전쟁에서도 미국은 대일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대신 무역전쟁이 아니라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한 '환율전쟁'과 미일반도체협정체결을 통한 '기술전쟁'으로 일본을 좌초시켰다.
지금 미국은 전쟁터를 무역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슬슬 옮기고 있다. 미국은 4월에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인 ZTE에 반도체 판매를 금지했고, 10월에는 중국의 반도체업체인 진화메모리에 미국산 장비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12월에는 중국 5G통신장비의 선두주자인 화웨이의 후계자를 인질로 잡았다. 중국은 5G통신의 상용화에 세계 선두이고 거대한 시장과 통신장비 공급능력을 기반으로 5G의 통신표준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의 후계자를 캐나다에서 체포한 것은 4차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5G의 세계표준을 건드린 죄다. 중국은 4차산업혁명의 기초인, 4G의 20배가 넘는 수용력을 가진 5G의 표준을 장악하려 했다. 중국은 4G에서는 후발이었지만 5G에서는 세계선두를 꿈꾸며 ZTE와 화웨이를 지원했다. 미국 화웨이 후계자의 체포는 화웨이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5G를 겨냥한 것이다. 4차산업혁명의 싹을 자르겠다는 의도다.
독일에는 전차군단이 있었지만 중국에는 늑대군단이 있다. 바로 민감한 후각, 불굴의 진취성, 팀플레이 정신을 강조하는 늑대문화를 가진 화웨이다. 지금 중국의 화웨이는 전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31%점유율을 가진 최대공급업체다. 중국 대학졸업생 취업선호도 1위, 최고연봉을 자랑하는 화웨이는 연구개발에 목숨 걸었다. 덕분에 중국의 거대한 4G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해 아시아를 장악하고 유럽까지 제패했다. 마치 징키스칸처럼 세계통신장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통신장비 굴기는 여기까지다. 한국이 지금 반도체산업에서 초호황을 누리는 것은 1985년 미국이 '미일반도체협정'으로 일본 반도체업체들을 몰락시킨 덕분이다. 중국은 미국이 놓은 '기술의 덫'에 걸려들었다. 그리고 5G든 IoT든 인공지능(AI)이든 반도체 없이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중국은 지금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노트북, 디지털TV 공장이자 시장이지만 ICT기기의 심장인 반도체를 만들 기술이 아직 없다.
중국의 4차 산업혁명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반도체다. 미국이 5G 통신기술과 반도체를 가지고 1985년 일본을 좌초시킨 것과 같은 시나리오로 중국의 굴기를 막기 시작했다. 미중의 무역전쟁 와중에서 한국의 5G와 반도체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어부지리할 수가 생겼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시장이지만 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한다. 반도체 수입액이 석유 수입액을 넘어선다. 중국은 치명적인 반도체 해외의존을 벗어나기 위해 2025년까지 반도체 수요의 70%를 자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제조 2025'에 포함된 자율주행 자동차, AI, 5G통신 등의 전략산업들은 모두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제재로 이런 희망이 물 건너 가게 생겼다.
이젠 한국의 대중국 최종병기는 철강, 화학, 자동차가 아니라 5G통신과 반도체다. 1985년 미일반도체협정에서 일본의 쇠퇴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술로 승부한 것이 한국 반도체의 오늘이 있게 된 배경이다. 한국, 5G와 반도체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빈자리를 차고 나가면 대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