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외 모든 임원직위 통합
내년 일부 계열사부터 시행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SK그룹이 공유 오피스에 이어 조직 문화 혁신을 위해 임원 직급을 없애는 파격적인 시도를 일부 계열사부터 시작한다. CEO(최고경영자)를 제외한 모든 임원의 직위를 통합하고, 연공서열에 관계 없이 성과·역량을 기반으로 인사 평가를 하겠다는 것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일부 계열사는 지난 7월1일부터 시작한 'H프로젝트'의 하나로 내년 1월1일부터 임원 인사체계를 개편한다고 최근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해당 계열사는 공지에서 "직위와 연공이 리드하는 조직이 아닌, 고객가치 창출의 아이디어와 성과가 리드하는 조직 구축을 위해 임원 HR(human resources)체계 또한 직위·연공 기반을 벗어나, 수평 조직, 역할·직무 중심, 성과·역량 기반의 HR체계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우선 CEO 외 모든 임원의 직위를 통합하고 직책 호칭을 사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상무, 전무, 부사장 등의 호칭 사용을 금지하고 본부장, 실장, 담당 등 직책 호칭만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임원 선임과 CEO 선임 외에는 승진제도가 없어지고, 보상 체계도 직위가 아닌 성과·역량에 따라 개인별로 결정하기로 했다. 차량 등 임원 승진에 따른 혜택도 직무에 따라 자율 선택하기로 했고, CEO와 일부 필요한 임원을 제외하면 운전기사도 따로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

이 계열사는 "이런 변화는 그룹 차원에서도 그 필요성을 공유하고 있고, 그룹 차원의 통합적인 변화도 곧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몇 달 전부터 임원 직급 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듣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지, 그리고 언제 시행할지 등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주요 사업보고서 등에 임원 명칭을 직급이 아닌 직책으로 명기하고 있다. 이 같은 인사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경우 앞으로 직급에 상관없이 젊은 임원을 CEO로 바로 승진하는 파격적인 인사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원 직급을 없애는 것은 대기업에서도 아직 전례가 없고, 실리콘밸리에서도 보기 어렵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젊은 인재 등용의 장벽을 없애고 성과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조직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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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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