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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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한 시스템구축(SI) 업체에 근무하는 이모씨(41)는 최근 회사에서 경고를 받았다. 전산 시스템 구축 작업 때문에 야근을 하다 주 52시간 근무 규정을 어겼기 때문이다.

완료 예정일이 2주 밖에 안남았는데 근무 규정도 지켜야 하는 이모씨는 화장실도 못가고 프로그램을 짜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보안 특성 상 집에 가져가서 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위반 처벌 유예 기간이 20일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국내 기업 중 상당수가 이를 지키지 못해 위반 기업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연내 결론을 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 7월부터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받고 있는 대·중견기업 317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24.4%가 "주 52시간 초과 근로가 아직 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초과근로가 있다는 기업들 중에서는 연구개발(R&D) 등의 직무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납기를 맞추기 위해 당분간 초과근로가 불가피하다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애로 사항으로는 '근무시간 관리 부담'을 꼽은 기업이 32.7%로 가장 많았고, 납기·R&D 등 업무 차질(31.0%), 추가 인건비 부담(15.5%), 업무 강도 심화로 인한 직원 불만(14.2%), 직원 간 소통 약화(6.6%) 등이 뒤를 이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응 방식으로는 전체의 59.3%가 '근무시간 관리 강화'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이어 유연 근무제 도입(46.3%)과 신규 인력 채용(38.2%), 자동화 설비 도입(19.5%) 등의 순이었다.

대안으로 필요한 제도에 대해서는 탄력적 근로 시간제라고 답한 기업이 48.9%에 달했으며, 선택적 근로 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꼽은 기업이 각각 40.7%와 17.4%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들의 요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따르면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는 빨라도 내년 1월 말에나 결정이 날 전망이다. 최종안을 확정하더라도, 2월 임시국회가 열려야 처리할 수 있다.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올해 12월 31일까지 계도 기간을 부여했지만, 20일 뒤면 계도 기간이 끝난다. 고용부가 애초 지난 6월에 발표하겠다던 가이드라인도 지금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는 "대·중견기업의 어려움도 상당한 만큼 대응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클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기보다는 정부가 현장 애로를 면밀히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보고서>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보고서>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보고서>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기업실태 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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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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