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조원 넘는 가계부채 속도 조절 정책 여력 확보 차원 단 경기 하강 국면에서 경제 부담은 우려 가계부채 추가 이자 부담 2.5조원 확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11월 통화정책 방향 관련 금통위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인상 이후 정확히 1년 만이다.
그동안 꾸준히 언급해 온 금융불균형 해소 차원이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도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높아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만으로는 금융불균형 확대를 충분히 제어하기 어렵다며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가계신용은 지난 3분기 기준 1514조4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500조원을 넘었다. 1년 전보다 6.7% 증가했다.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9.5%)보다 줄었고 매분기 하향세지만 여전히 소득 증가율보다는 높다. 올 상반기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은 3.3% 수준으로 가계신용 증가율은 이보다 2배 높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도 금리 인상에 한 몫 했다. 지난 28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현재 금리는 경제를 과열시키지도, 둔화시키지도 않는 중립금리 범위 바로 아래에 있다"고 언급하며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제시했지만 여전히 인상 기조 자체는 살아 있다. 일단 연방준비제도는 오는 12월 미국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릴 예정이다. 29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도 대부분 연준 의원들은 "아주 조만간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미국과의 금리 역전차는 기존 0.75%포인트에서 0.50%포인트로 축소했다. 다음달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2.00~2.25%에서 2.25~2.50%로 올리면 다시 0.75%포인트로 확대하지만 이번 인상으로 격차가 당장 1%포인트까지 확대하는 것은 막을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있어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정책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도 인상에 영향을 줬다. 내년 세계 경제는 중기적으로 둔화할 전망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3.5%로 내다봤다. 국내 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한은을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2.6~2.7%로 낮게 봤다.
소비자물가도 올 하반기 들어 한은 목표치인 2.0%에 근접했다. 지난 9월과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각각 전년동기대비 1.9%, 2.0% 상승했다. 유류세 인하분을 제외하게 되면 연말까지 상승세가 지속돼 중기적으로 한은 물가안정목표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경기 하강 국면에서 단행한 금리 인상이 경제에 부담을 줄 우려는 남아 있다. 이미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지난 7월 2.9%로 내렸다가 10월에 2.7%로 두 차례나 내렸다. 금리 인상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을 확대해 상환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분기 기준 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은 1427조7000억원으로 10월말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 70.2%로 단순 계산하게 되면 2조5000억원의 추가 이자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앞서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대출금리에 선반영돼 영향이 미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향후 한은의 기준금리 향방이다. 11월 인상은 예견된 만큼 내년 추가 인상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외 투자은행(IB) 기관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노무라는 이번 인상 이후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고 보는 반면 HSBC는 내년 3분기 중 1회 추가 인상을 예상했다. 조은애기자 euna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