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융합 용광로 '클라우드' 클라우드 사회·산업혁신 그릇 새로운 산업·서비스 잇따라 넷플릭스·다이슨·코웨이 등 사업모델 변신 파괴력 배가
시그니파이(구 필립스라이팅)가 지능형 조명과 IoT 등을 적용해 클라우드 기반 빛서비스를 제공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 내부 전경. 시그니파이 홈페이지
디지털 빅뱅 (2) 융합 용광로 '클라우드'
네덜란드의 100년 기업 필립스라이팅은 최근 '빛서비스'를 파는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은 조명기기를 사는 대신 이 회사의 빛서비스를 도입해 쓴 만큼 요금을 낸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헌팅턴비치는 이 서비스를 가로등에 적용해 원격 조명관리뿐 아니라 교통흐름과 응급상황 알림서비스, 음향감지, 공기질 감지까지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필립스는 사람 동작과 자연광 밝기를 파악해 조도를 스스로 조절하는 스마트조명을 IoT(사물인터넷)로 연결해 클라우드 상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과금까지 한다. 세계적으로 2900만개의 커넥티드 조명을 공급했고 2020년에는 모든 LED 제품에 IoT를 적용하는 게 목표다. 회사는 올들어 필립스라는 이름까지 떼어내고 시그니파이로 사명을 바꿨다.
지멘스, BMW 등을 고객으로 둔 독일 압축공기장비 기업 캐져콤프레셔는 공기서비스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에어컴프레서, 필터기기 등 자사 장비에 IoT를 심어 실시간 공기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들은 공기서비스를 이용한 만큼 돈을 낸다. 이 회사가 사업모델을 바꾼 핵심 도구도 클라우드다.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W산업전망 콘퍼런스에서 백영석 SAP 본부장은 "기존 제조기업들이 제품에 IoT를 심고 클라우드 상에서 빅데이터를 분석하며 사업모델을 바꿔 스마트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면서 "과거에 없던 산업과 서비스가 생겨나고 산업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산업 혁신 그릇 '클라우드'=IT 전문가들은 AI(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블록체인으로 대표되는 혁신기술을 융합하는 무대가 클라우드라고 말한다. 넷플릭스, 우버, 익스피디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인스타그램 등 기존 산업을 파괴시키는 혁신기업의 공통점은 클라우드 바탕 위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클라우드는 이들 기업이 보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하게 선보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우버는 평소보다 교통수요가 2배까지 늘어나는 할로윈과 매년 마지막날 IT시스템을 유연하게 운영하기 위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
미디어산업의 파괴자로 꼽히는 넷플릭스의 무기도 클라우드다. 이 회사는 직원 수 30명 DVD 대여 사이트에서 1억3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으로 진화해 연 1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 과정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없애고 퍼블릭 클라우드와 자체 콘텐츠전송망(CDN)을 연계한 시스템을 도입했다.
미국과 세계 소비자들을 쇼핑 열기로 달구는 11월 마지막 주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미 소매업체들은 연매출의 20%를 벌어들이는 이 기간 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해 온라인 상 각종 판매 이벤트를 벌인다. 특히 아마존은 이 기간 온라인유통보다 클라우드에서 더 많은 이익을 벌어들인다.
지난 11일 하루동안 약 34조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중국 알리바바의 광군제 행사도 클라우드 덕분에 가능했다. 알리바바는 클라우드를 활용해 미국 전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뛰어넘는 매출을 벌어들였다. 알리바바는 자사 클라우드에서 광군제 이벤트를 소화할 수 있도록 수년간 AI, 빅데이터, 컨테이너 등의 기술을 발전시켜 왔다.
◇IoT·빅데이터와 결합해 파괴력 배가=다이슨, 코웨이, 디즈니, 유니클로 등도 클라우드를 적용해 기존 사업방식을 바꾸고 있다. 다이슨은 청소기, 헤어드라이기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서 분석해 제품 최적화와 서비스에 이용한다. 코웨이 역시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에 IoT를 적용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 고객 서비스에 활용한다. 디즈니는 클라우드 상에 영화 플랫폼을 구축했고, 유니클로는 POS(판매시점관리)를 비롯한 판매시스템과 물류시스템을 클라우드 상에서 운영하면서 고객 수요와 판매 동향을 분석해 신상품 출시에 적용한다.
에어비앤비는 클라우드 플랫폼과 빅데이터, 머신러닝 기술을 결합해 숙박산업에 필요한 체크인 데스크를 없앴다. AI를 활용한 가격 책정과 예약 알고리즘 모델을 개발, 호스트에겐 숙박 가격을 추천하고 소비자에게 숙박예약 가능성과 최적 가격을 제공해 예약률을 높였다.
국내 기업들의 변화도 빠르다. 대한항공이 최근 국내 대기업 최초로 자체 데이터센터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IT시스템을 퍼블릭 클라우드 환경으로 옮기기로 한 데 이어 다른 대기업 한 곳도 조만간 비슷한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삼성전자·포스코 등 업계 선두기업들도 클라우드를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금융, 공공분야 시장성장을 막았던 민간 클라우드 이용규제도 풀리고 있어 내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개화기를 맞을 전망이다.
27일 서울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클라우드 콘퍼런스에서 아시시 모힌드루 오라클 부사장은 "지금까지 10%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폐쇄했고 2025년까지는 그 비중이 80%에 달할 것"이라면서 "초기 투자비용이 적으면서 보안과 AI·머신러닝 기능을 갖춘 클라우드 상에서 기업들이 각종 실험을 하면서 산업지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