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27일 금융 계열사인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결정하면서 신동빈 회장 구속 이후 멈춰 있었던 지주사 전환 계획이 다시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롯데그룹은 금융 계열사 정리를 마무리한 후 지주사 전환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과 지분 정리 작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지주사를 설립한 롯데그룹은 내년 10월까지 롯데카드·롯데캐피탈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플랜은 지난 2015년 시작됐다. 호텔롯데가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입하며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선 것이다. 이를 통해 2015년 초 416개였던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같은 해 10월에는 60여 개로 감소했다.
지난해 1월에는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푸드 등 4개사의 분할 및 분할합병을 통해 '롯데지주'를 출범, 지주회사 체제로의 본격 전환을 알렸다. 올 4월에는 롯데지알에스, 한국후지필름 등 6개사의 투자사업부문을 지주에 통합하면서 순환출자고리를 완전히 해소했다.
신 회장의 구속으로 잠시 멈췄던 롯데그룹의 지주사 전환 계획은 지난달 신 회장이 풀려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신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 23.2%를 매입하고 자사주 1165만7000주를 소각한 데 이어 금융 계열사의 매각 계획까지 밝힌 것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남은 절차는 호텔롯데 상장과 합병이다. 호텔롯데는 지주사 출범 전까지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해 왔다. 롯데케미칼과 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호텔롯데의 투자 부문이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의 경우 신 회장 구속 전 준비를 진행했던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롯데물산과 롯데알미늄 등 호텔롯데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은 롯데지주가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다만 호텔롯데의 핵심 사업인 면세사업이 처음 상장 계획을 밝혔을 때보다 부진해 당초 롯데가 기대했던 15조원 이상의 몸값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호텔롯데의 지분구조도 원활한 지주사 전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롯데홀딩스가 19.07%, L투자회사 1~12가 72.65%, 광윤사가 5.45%, 일본 패미리가 2.11%, 부산롯데호텔이 0.55%, 호텔롯데가 0.17%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 상장과 함께 호텔롯데의 일본쪽 지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5년 호텔롯데 상장 계획을 밝히면서 "상장시 30~40%는 신주 발행을 할 예정"이라며 "상장 후 일본쪽 지분율이 50% 미만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호텔롯데의 상장을 기다려 온 일본 롯데의 입장을 고려, 호텔롯데의 상장 작업도 조기 재추진될 것"이라며 "호텔롯데를 필두로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컬쳐웍스(구 롯데시네마·롯데엔터테인먼트), 코리아세븐, 롯데지알에스(롯데리아)도 본격적으로 상장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