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발생한 KT아현국사 통신구 화재사건으로 IT강국으로 자부하던 대한민국이 IT재난 취약국으로 추락했다. 조만간 상용화 될 5G(세대) 시대에는 통신재난 대응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5G 시대에는 자율자동차,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초연결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만큼, 통신망 사고가 발생할 경우, 휴대전화, 인터넷, 카드결제 먹통을 넘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5G 초연결 시대, 더 불안하다 = 국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부터 KT 화재 관련 현안보고를 받은 후, 통신기간시설에 대한 재난관리 상태가 상식이하 라고 질타했다. 특히 인터넷,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통신서비스 의존도는 시간이 갈수록 배가되고 있는데 반해 화재진압시설 미비, 유사시 백업라인이나 우회라인 미확보, 등급지정 기준이나 관리는 수십년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안전한 통신서비스'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만약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자율주행차가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24일과 같은 통신화재가 발생했다면, 대규모의 교통사고로 이어질 것이란 평가다. 정보통신 기기 뿐만 아니라 자동차, 가전기기 등이 모두 5G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에서, 24일과 같은 통신대란은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팀장은 "5G가 도입돼 자율주행차가 거리를 달리는 상황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거대한 참사가 벌어졌을 것"이라며 "현대사회에서 통신 분야의 기술혁신에 앞서 공공성 확보가 왜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도 "5G 시대가 되면 통신재난은 자율자동차나 교통체계 등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재난이 우리의 통신재난대비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제대로 재난대비체계를 세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신3사 안전지대는 없다 = KT 화재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타통신사의 통신망 안전 문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유선통신사의 경우, 유선통신 인프라를 운용하는 기본시스템은 KT와 비슷하다. 따라서 타 통신사도 KT와 같은 화재가 발생할 경우, 똑같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선통신 이라 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유선과 연결돼야 하는 만큼, 백업체계가 의무화 돼 있지 않은 등급(D등급) 국사까지 포함해 전반적으로 방재시스템을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오성목 KT 네트워크 부문장은 "D등급 국사의 백업은 많은 투자가 수반된다"면서 "이번처럼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통신사 망을 쓰는 것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화재로 교훈 얻은 일본..."백업망은 기본" = KT 화재로 인한 피해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일본과 같이 재난재해가 많은 해외 국가가 비교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일본은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통신망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달았다. 일본 정보통신심의회 신사업창출전략위원회는 그 해 6월 '지식정보사회 실현을 위한 정보통신정책 방향성'을 내놓고, 재해 발생 시 공공기관 사이트의 접속 폭주 사태를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백업·이중 보관용 사이트를 구축했다. 또한 통신두절 시 이동형 고성능 무선국이 자율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신기술도 개발했다.
KT 화재와 같은 큰 사건도 좋은 교훈이 됐다. 일본도 앞서 지난 1984년 일본 전신전화공사(NTT) 도쿄도 세타가야 전화국에서 화재가 발생해 관내 8만9000여 전화회선이 일제히 끊기는 통신대란이 발생했다. 당시 미쓰비시·다이와 등 주요 은행의 온라인시스템이 중단됐고 경찰·소방 등 행정관청 연락망도 불통되는 큰 혼란을 가져왔다. 당시 화재를 계기로 일본은 통신구의 케이블을 난연 재질로 바꾸고 화재 확산을 막는 방호벽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보완작업을 단행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올 초 세계 최대 차량호출업체 우버의 자율주행차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교외의 한 교차로에서 보행자를 치여 숨지게 하는 사고를 냈다. 연합뉴스
KT아현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피해가 계속된 지난 26일 서울 충정로길의 한 노점에 'KT아현전화국 화재로 인하며 통신장애 때문에 로또복권 판매 중단합니다 죄송합니다'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