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지난 11월 7~9일 중국 저장성 우전에서 제5회 '세계인터넷대회'가 '상호신뢰하는 디지털 세계 창조: 함께 만들어가는 인터넷 운명공동체'를 주제로 열렸다. 비슷한 시기에 상해에서 열린 국제수입박람회의 영향 탓으로 그 열기가 예전만 못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중국의 미래를 엿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행사였다. 2014년 출범해 4년 만에 글로벌 IT업계가 주목하는 행사로 자리잡은 세계인터넷대회가 올해 던진 주요 화두는 인공지능(AI), 5G, 빅데이터, 네트워크 보안 등이었다. 세계 최초의 AI 합성 아나운서가 등장해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는 2018년 약 4422조원에 달한 중국의 디지털 경제규모를 과시하고, 중국의 기술적 비전을 투사하려는 자리였다.

세계인터넷대회에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비전이 드러나는 창(窓)이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부터 세계인터넷대회는 '사이버공간총회'로 대변되는 서방 진영의 행보에 대항하는 성격을 띠었다. 특히 2013년 스노든 사건 이후 중국은 글로벌 인터넷 거버넌스를 주도하는 미국을 견제하며, 중국이 주도하는 비(非)서방 국제진영을 결집하고자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행 체제 하에서는 중국의 인터넷 국가주권이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도전적 행보였다. 시진핑 주석은 개막 축하서신을 통해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 체계가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각국의 상이한 상황과 인터넷 발전단계에 맞는 디지털 세계를 창조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중국의 도전은 최근 IT산업과 인터넷 서비스 분야에서 미국과의 갈등을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기술력을 쌓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화웨이, ZTE, 차이나모바일, DJI, 하이크비전, 푸젠진화 등과 같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빌미가 되어 미국의 수출입 규제를 받았다. 게다가 기술경쟁과 통상마찰의 외양을 한 이들 문제는 사이버 안보나 데이터 주권 등의 쟁점과 연계되면서 그 복잡성이 더해가고 있다. 이번 세계인터넷대회가 과거에 비해 비교적 조용하게 치러진 이유가 '중국제조 2025'의 중단을 요구하는 미국의 견제를 의식해서 중국이 다소 자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까지 했다.

중국도 미국을 포함한 외국 기업들의 IT제품 및 서비스를 규제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중국은 구글을 비롯해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와츠업 등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으며, 지난 10월에는 네이버의 블로그와 카페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는 중국의 '인터넷안전법'이다. '인터넷안전법'은 중국에서 중국인의 개인정보를 다루는 외국 기업들은 반드시 중국 내에 데이터 서버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사업상의 이유로 데이터를 해외로 옮기려면 중국 공안당국의 보안평가를 받아야 한다. 따라서 데이터 국외 이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이 법은 지난해 7월부터 본격 시행됐지만 외국 기업들이 반발해 법 시행이 내년 초로 유예되기도 했다.

이러한 태세의 이면에는 중국 국내 체제의 성격 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간의 미래질서를 보는 중국의 구상이 담겨 있다. 이러한 구상은 서방 진영에 대항하여 사이버 공간의 독자적 관할을 모색하는 세계인터넷대회의 정치적 비전과도 통한다. 아마도 중국의 속내는 미국이 주도하는 체제에 단순히 편입하기보다는 중국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데 있을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미래질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대신하여 '중국몽'(中國夢)을 밑그림으로 삼고 싶을 것이다. 아마도 그 과정은 과거 화려했던 중국의 천하질서를 디지털 시대로 옮겨와서 재현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디지털 천하질서에 자리매김할 '동방인터넷지국' 한국의 꿈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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