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통신회선 지나가는데
'D등급' 이유로 관리감독 방치
정부 실사여부 등 책임론 부상
기업연계 시스템 없어 더 분통
"망 공동 활용 법안 마련 시급"


KT화재발 '통신大亂' 긴급진단
<상> 수백만 통신설비 방치 논란


24일 KT 아현지사 화재로, 국가 기간통신사업자인 KT의 국가통신망 통합방재 시스템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5G(세대) 전파 송출을 불과 1주일을 앞둔 상황에서 업계의 충격은 더 컸다. 초연결 시대, 통신망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유·무선 통신과 인터넷이 두절되면서, 시민들은 패닉에 휩싸였다. 본지에서는 이번 화재로 노출된 국가통신망 방재시스템의 취약점을 점검해 보고, 관리시스템을 다시 재설계 하기 위한 대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KT 아현지사 화재를 계기로 작은 규모의 전화국 에서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관문국에 이르기까지, 범 국가적으로 통신망 자원에 대한 종합적인 방범방재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수십만, 수백만에 달하는 유무선 통신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아현지사 통신시설에 제대로 된 방범방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정부도 기업도 방치한 D등급 통신국사"= 이번 화재사태로 D등급 통신시설에 대한 백업망 구축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국회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사후약방문'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수백만 통신회선이 지나는 통신국사(KT 아현지사)가 'D등급' 이라는 이유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로 방치되면서 피해가 컸다는 비난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통신국에 대한 등급 지정은 정부가 하는 것인 만큼, 당장 정부가 제대로 실사를 한 것인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26일 긴급소집된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성중 의원은 "서울의 4분의 1을 마비시킨 아현지사가 D등급으로 분류돼 있는데, 이 분류가 잘못된 거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변재일 의원도 "등급은 사업자가 신청하면 정부가 심사해서 해주는 것이냐"면서 "KT 자체 내에서 집적을 시켰다고 하는데 KT가 한 번 지정되고 나서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파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인 KT 역시 만 이틀이 지났는데 피해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KT는 전체 수용 가입자의 50%는 다른 전화국에서 서비스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 피해가 있었는지, 피해자가 누구인지 파악도 안됐다. 오성목 KT 사장은 "D등급은 다른 루트로 이원화가 안 돼 있다"면서 "루트를 이원화한다는 것은 통신관로를 이원화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대규모 토목공사와 시간이 걸린다"고 토로했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TF를 통해 현재의 통신설비 등급분류 기준이 적정한지, 또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비상시 통신망 우회로 확보도 없었다" = 국회 과방위원들은 통신사업자가 자체 우회망을 확보하지 못한 것 뿐만 아니라, 사업자 간에 서로 우회망을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 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는 반응이다.

이번에 사고 피해를 입은 주요 지역은 서울시 용산, 마포, 서대문 일대로 구시가지다. KT 이외에는 망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 지역에서 망 독점사업자인 KT가 우회망을 전혀 구축하지 않아 피해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다.

변 의원은 "가입자 망 구간에서 KT가 필수설비를 독점하다 보니 망 공동활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과기정통부도 망활용에 소극적이다 보니 이같은 문제가 생긴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망 훼손으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10배 이상 커졌는데 법규는 그대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통신 3사가 비상시에 망을 공동 활용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태다. 이번 화재 사태로 비상시 통신사간 망 우회로 활용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자, 정부와 사업자들은 부랴부랴 후속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문장(사장)은 "앞으로 정부와 같이 전체 통신망 자체를 비상시에 타 통신망과 연계하는 방법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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