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군에서 불길에 휩싸인 차량에 뛰어들어 운전자를 구한 택배 기사 유동운(35) 씨. <LG 제공>
전북 고창군에서 불길에 휩싸인 차량에 뛰어들어 운전자를 구한 택배 기사 유동운(35) 씨. <LG 제공>
[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 "그 자리에 있었다면 누구나 저처럼 했을 거예요." 폭발 위험에도 불길에 휩싸인 승용차에 뛰어들어 탑승자를 구한 택배기사 유동운 씨(35)는 26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줍게 말했다. 당연한 일을 했다며 손사레를 쳤지만,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타인을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 8일 오후 5시경 유씨는 전북 고창군 석남교차로 부근을 택배트럭을 몰고 가다가 도로 옆 논에서 사고 차량을 발견했다. 그는 "승용차가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차가 있어서 이상한 기분이 들어 차를 세웠다"고 말했다.

차를 세워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동차 앞 보닛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 씨는 비바람이 세게 불어서 차량 안에 사람이 있는 지 정확히 분간할 수 없었지만, 사고 차량에서 나오는 경적 소리를 듣고 곧장 논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위험하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안에 사람이 있어서 이것 저것 잴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승용차로 뛰어들어 가며 보닛 안에서 불길에 휩싸인 것을 확인하고, 119 구조대에 전화를 걸어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차량 문을 열고 운전자를 밖으로 끌어낸 후, 폭발에 대비해 그를 멀찌감치 끌어 옮겼다.

또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근무복을 덮어주고 119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의식을 잃지 않도록 계속 말을 건네며 돌봤다. 그는 "운전자를 택배차로 그를 옮겨 밖의 상황을 확인해보니, 바람이 많이 불었던 상태라 불길이 금방 옮겨붙어 차가 절반 이상 다 타고 있었다"며 "지켜만 보면서 119 구조대에 신고를 했다거나, 목격을 조금만 더 늦게 했다면 더 좋지 않은 일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119 구조대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그러나 그의 용기 있는 행동은 뉴스와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유 씨는 이번 사건으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가족들을 만났을 때였다고 말했다. 그가 집으로 돌아오던 중 뉴스를 접했던 초등학교 4학년, 2학년, 3살배기 아이들은 퇴근 후 돌아온 유 씨를 보자마자 바로 품에 안겼다. 유 씨는 "아이들이 내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던 순간이 가장 기뻤다"고 설명했다.

또 속옷까지 젖은 상태로 집으로 들어오자 그의 아내는 "애가 셋인데 불길에 뛰어들면 어떡하냐"고 처음엔 걱정하며 화를 냈지만, "많이 다치지 않고 두 분 다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 씨는 아직 운전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현재 운전자는 치료 중인 상황이고, 그의 가족이 유 씨를 찾아와 운전자를 감쌌던 유 씨의 택배 유니폼을 건네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유 씨는 "건강하게 치료를 마치고 퇴원을 하면,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LG복지재단은 유 씨의 용기 있는 행동을 우리 사회가 함께 격려하자는 의미에서 LG의인상을 수여했다. 유동운 씨는 이 사건이 있은 뒤에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하고 있다.

유씨는 "누구나 그 상황이었다면 나와 같은 결정을 했을 텐데, 사고 이후 조명되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각박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행동으로 여겨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stro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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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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