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사진)이 최근 원장 중도 사퇴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광연 이사장은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간담회를 갖고 "현재 상황에서는 원자력연구원이 연구를 확장·강화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 하에 이를 해소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연구용 원자로를 포함해 위험성 우려가 제기되는 원자력연구원 일부 연구기능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원 이사장은 "현재 부지에서 같은 범위의 연구를 계속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시내 한복판에 있는 한 문제가 계속 나올 수 있는 만큼 위험성이 있는 연구는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원 이사장은 "큰 틀에서 같은 소립자 연구이고 사실상 원자력의 한 갈래"라면서 "중장기적으로 핵융합연구소의 핵융합 연구와 원자력연구원의 핵분열을 같은 틀에서 들여다 봐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취임해 만 1년을 넘긴 원 이사장은 "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3년차인 내년에 많은 중요한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시대변화에 따른 핵심 어젠다에 대해 출연연이 미래를 예측하고 국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도록 연구회가 중심 역할을 하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출연연 R&D 방향과 정책설계를 위한 이사장 직속 '전략기획연구센터'를 상반기 중 설치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내부 태스크포스를 다음달 중 구성해 구체적인 준비를 시작한다.

출연연 개편과 효율화 이슈와 관련해서는 "SW적 융합과 통합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인사·구매 등 출연연들이 같이 하면 좋은 약 30개 기능을 도출해 통합하고 감사체계도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원 이사장은 "출입증 하나로 25개 출연연을 모두 갈 수 있게 해 문턱을 낮추는 아이디어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출연연은 학제·분야간 독립된 시스템으로 60년간 발전해 왔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상적인 시스템은 아니지만 이를 헤쳐 모아 수평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변화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융합연구 주제에 대해 여러 출연연 연구자들이 연구단을 만들어 한 곳에서 모여 연구하는 융합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서 연구자들이 연구과제를 제안해 연구팀을 구성했을 때 연구회가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대학·기업이 함께 3년, 6년, 10년까지 연구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연구만 하도록 만드는 기존 체계를 깨는 시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자들이 기존의 틀을 깨는 고위험 연구에 실패 가능성을 무릅쓰고 도전하지 않으면 기술진보는 불가능하다는 확신 때문이다. 정부가 도전적 연구를 성실하게 한 경우 제재를 하지 않는 성실실패제도를 도입했지만 현장의 변화는 아직 미미하다. 원 이사장은 "실패의 가치를 인정하고 경험을 축적해가는 과정 중심의 협력연구 체계를 만들겠다"면서 "연구자들이 도전적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성실도전 연구체계'를 마련해 올해 5개 창의형 융합연구사업에 시범 적용한 데 이어 국가핵융합연구소와 융합연구단 사업에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연 연구자들이 외부 연구과제를 수주해서 인건비를 충당하는 PBS(연구과제중심)제도 개선도 연구회의 과제다. 원 이사장은 "기존 개별 연구과제 중심의 연구 방식을 중장기 임무 중심의 프로그램 기반으로 전환해 안정적이고 전략적인 연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면서 "출연연 중장기 핵심 연구분야에 대해 프로그램 중심 체제가 도입되도록 정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장기 연구는 외부 과제가 아닌 정부출연금 사업으로 수행하고 대상 사업은 프로그램 단위의 관리가 이뤄지게 하자는 방안이다.

최근 과학기술 분야를 비롯한 대학교수와 연구자들의 부실학회 참가가 이슈화된 가운데 출연연 차원의 연구윤리체계 강화에도 나서겠다고 원 이사장은 밝혔다. 조만간 출연연 연구윤리 확보방안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출연연 연구윤리와 연구자윤리 관련 사안을 자문·심의·의결하는 연구회 차원의 통합윤리위원회 구성해 운영한다는 구상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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