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복구까지 빨라야 일주일 영업피해 보상안 마련 미지수 백업 관리안해 사실상 무방비 "광케이블·전화선 집중돼 있는데 정부 관리 국사에서 빠지다니"
"현금결제만 가능합니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한 가게 앞에 전날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KT 화재발 '통신대란' 날벼락 맞은 서울 도심 상권
KT 서울 아현국사 화재로, 서울 도심지 통신망이 장기간 불통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무선 통신 불통은 물론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면서 피해규모가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다. 국가 기간망 시설인 광케이블과 유무선 통신망 관리체계를 다시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KT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24일 오전 11시 12분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지사 지하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중구·용산구·서대문구·마포구·은평구·영등포구 일대에서 25일 현재까지 이틀째 통신 장애가 이어지고 있다. KT는 완전 복구까지 일주일을 예상하고 있다.
◇피해규모 왜 커졌나=KT가 보유하고 있는 국사 중 29개 국사는 과기정통부 에서 등급을 지정(A·B·C등급)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화재가 난 아현 국사는 국가의 관리를 받는 29개 국사에 포함되지 않는 D등급 시설이다. 국가의 관리를 받는 A, B, C 등급 시설은 비상시에 대비해 백업체제로 돼 있지만, D등급 시설인 아현 국사는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광케이블, 전화선이 집적화 된 KT 아현국사가 관리 등급에서 제외된 사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화재가 난 지하 통신구에는 전화선 16만8000회선, 광케이블 220조(전선 세트)가 설치돼 있었다.
오성목 KT 네트워크부분장은 "정부에서 정해주는 관리등급 시설은 전국망에 영향을 미치는 시설"이라면서 "화재가 난 아현 국사는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의 시설"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국가 기간망은 바로 백업이 되도록 설계돼 있지만, 서대문 아현지사는 특정 지역내 가입자 회선으로 백업망을 가동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과거에도 통신구 화재는 대형 통신장애로 이어졌다. 지난 1994년 3월 발생한 서울 종로5가 통신구 화재는 서울시내와 수도권 일대에 무더기 통신두절 사태를 몰고 왔다. 2000년 2월 18일에는 여의도 전기·통신 공동구에서 불이 나 21일까지 사흘간 통신장애가 이어졌다.
◇손해보상 가능한가… 5G 첫 전파 송출도 차질 '우려'=이번 화재는 12월 1일 KT의 첫 5G 전파 송출을 앞두고 벌어진 대형악재다. 수년간 준비한 5G 전파 송출을 일주일여 남긴 상황에서 유·무선 통신두절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화재로 KT를 사용하는 가입자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KT 통신회선을 사용하는 소상공인들의 경우, 카드결제가 모두 먹통이 되면서 경제적인 손실이 컸다.
KT의 초기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KT는 화재 발생 당일 오후 2시 10분이 돼서야 "통신망 우회복구, 이동기지국 신속배치, 인력 비상근무 등 고객 불편을 최소화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KT가 25일 10시 50분 기준으로 이동전화는 53%, 인터넷 77% 등 복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지만 기준 자체가 명확치 않다. 어느 지역이 장애를 겪고 있는지, 어느 지역이 복구된 것인지 명확한 발표가 필요하다.
이번 일은 KT의 5G 마케팅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5G 초반 서비스는 인구 밀집 지역 일부에서 이뤄진다. 현재 통신장애를 겪고 있는 지역과 겹친다. 이동통신의 세대 전환은 초기 기선을 잡는 것이 승부를 가른다.
KT는 당장 보상방안 마련에도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통신 두절에 따른 영업 피해는 보상한 전례를 찾기 힘들다. 1994년 종로 통신구 화재 때 한국통신(당시 KT)은 간접적 경제 손실은 보상하지 않았고, SK텔레콤 역시 2014년과 올 4월 통신 장애 시 실제 피해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대리기사나 택배기사 등에 별도 보상을 하지 않았다. ◇정부 역할은=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5G 상용화 구축과 이를 위한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을 골자로 하는 '신규 설비의 공동구축 및 기존 설비의 공동 활용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KT가 보유한 전봇대 등 통신망 필수 설비를 다른 통신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통신 3사는 지금까지 필수설비 공동 사용에 대한 이견이 갈려 왔다. 한국통신 시절부터 국내 필수 설비의 70%를 가진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간 갈등이 컸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통신 3사는 KT의 전봇대를 공동으로 사용하며 인프라 비용 절감을 노리게 됐다.
정부는 국내 기간통신사업자 역할을 하는 KT의 국가 인프라가 재난에 노출되는 것을 미리 겪었다. 국가 통신인프라가 손상될 경우, 피해규모가 5G 시대에는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오는 2025년 재난망 구축에 앞서 불시에 '통신재난'이 발생할 경우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확산을 최소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중요 통신시설 전체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화재방지 시설 확충 등 체계적인 재발 방지 조치를 내달 말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