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전원책 변호사의 자유한국당 쇄신 실험이 실패로 끝났다. 비록 당조직강화위원회의 외부위원에 불과했으나 '전권'을 위임받은 마지막 구원투수로서 수렁에 빠진 한국당과 보수진영을 재건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30일 만에 문자로 해촉되었다. 이제 한국당은 당 내부로부터의 자발적인 개혁은 불가능하고 외부의 거센 압력에 의한 해체와 재편만이 유일한 살 길이다.

미국과 유럽은 우파가 득세하고 있다. 얼마 전 끝난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트럼프의 보수적 미국우선주의 안보·통상정책과 호전된 경제상황으로 공화당이 연방 상원을 수성했다. 작년 프랑스 대선에서는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의 르펜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했고 이탈리아에서는 금년 초에 오성정당 중심의 우파연합이 다수당이 되었으며 독일의 대안당은 전후 70년 만에 원내 진입에 성공한 우파정당이 되었다. 이러한 우파진영의 부상은 경제위기에서 출발했다. 과도한 복지정책의 확대와 일자리 감소로 청년실업률이 최악에 달했지만 기성정당들은 대안 제시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방적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경제는 악화되고 청년일자리는 더욱 심각해져 서구처럼 우파가 반전을 꾀할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원내 제1야당인 한국당은 명분 없는 한심한 '반문(反文)연대'를 외치고 있다. 국회의원 121명을 보유한 거대정당이 스스로의 개혁과 대안 제시는 포기하고 대통령을 반대하는 세력의 연대를 통해 살 길을 모색하는 것은 정말 개탄할 일이다. 2016년 총선의 '옥쇄공천' 파문, 이어진 국정농단 사건과 대통령 탄핵, 대선·지방선거의 패배 등 일련의 참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원내대표·당대표 등 당권 쟁취를 위한 계파 싸움에 또 다시 몰두하고 내부 개혁보다는 외부의 연대로 몸집 불리기에 사활을 거는 모습은 어처구니없다.

전원책의 조강특위가 출범할 즈음에 필자는 이 칼럼('전원책의 보수개혁, 주목한다' 10월22일자)에서 전원책 주도의 인적쇄신이 보수정당을 살려낼 마지막 기회지만 현실정치의 높은 벽을 우려했다. 그가 꿈꾸던 보수개혁과 보수통합은 결국 현역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저항으로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경질에 의해 좌초되었다. 한국당의 재건은 당 해체에 준하는 인적쇄신과 참신하고 유능한 인재의 대거 영입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아마도 현역의원들이 바라는 자신의 미래는 변화의 파고를 피해 당권·대권에서 파생되는 프리미엄을 누리면서 차기 총선 공천을 따내는 것이다. 당 밖의 국민들이 아무리 비판하고 불신해도 공천을 받고 재선되면 과거는 쉽게 묻힐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자유한국당은 식물정당이나 다름없다. 일상적인 업무는 수행하고 있지만 당의 위상은 바닥이고 국민들의 조롱의 대상이 되어 한 치의 앞날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적 뇌사 판정을 받았지만 기득권을 둘러싼 그들만의 교묘한 연대로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간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고 당의 재건을 위해 희생해야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외부에서 영입한 김병준 비대위원장조차도 스스로 칼을 휘두를 용기가 없어 보이고 더 이상 비대위의 권위와 역할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조강특위의 좌초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고 정치적 움직임의 공간이 대폭 위축되었다.

비대위가 한국당 재건과 보수진영을 통합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기에는 이미 수명이 다했다. 비대위 활동의 성과로 한국당의 계파 갈등이 약화되었다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공감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한국당과 보수진영을 살리기 위한 한 가지 길에 희망을 걸어본다. 뜻이 있는 현역의원 수십 명이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집단적으로 당 혁신을 주도하는 것이다. '반문연대'가 기득권 연장을 위한 얄팍한 꼼수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없다. 기득권을 포기해야만 보수의 해체적 개혁·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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