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 그칠 기미 없자 연초 최고점 경신 후 계속 하락 대내외 악재 속 잿빛 전망 이어져 증권사 11곳 '1840~2532' 점쳐
[디지털타임스 김민주 기자] "멀어진 코스피 3000 돌파의 꿈…내년이 더 어렵다."
올 한해 최악의 폭락장을 겪은 코스피는 내년 한층 더 얼어붙을 전망이다. 코스피는 연초 사상 최고점을 경신한 이후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하며 다시 박스권으로 돌아왔다. 작년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등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던 증권사들도 내년 증시에 대해서는 '잿빛전망'을 쏟아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증시 전망을 내놓은 11곳 증권사의 코스피 예상범위는 1840 ~ 2532이다. 최악의 경우 코스피가 1900선마저 붕괴될 수도 있고, 코스피가 반등한다고 해도 2500선이 한계라고 본 것이다. 코스피 하단을 2000선 위로 전망하는 곳은 2곳에 불과했다. IBK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는 코스피 하단을 1840, 1850으로 각각 제시하기도 했다.
작년 말 유례없는 증시 호황에 주요 증권사들이 코스피 3000선 돌파를 점쳤던 것과 비교하면 내년 증시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뭇 다르다. 지난해 코스피는 2011년부터 이어졌던 박스권(1800~2200)을 뚫는데 성공했고 올해 1월 장중 2607.10까지 오르며 사상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올해 5월까지 2400선을 지키던 코스피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한 6월부터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10월에는 하락폭을 확대하며 한 달 동안에만 13.4% 급락하며 다시 박스권 수준으로 회귀했다.
코스피는 2007년 7월25일 처음으로 2000선 돌파 이후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8년 10월24일 938.75까지 곤두박질쳤다가 2010년 12월14일(2009.05) 2000선을 회복했다. 이후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보다 내년 증시가 더욱 혹독한 겨울을 보낼 것으로 내다본다. 실적 정체가 심화된 가운데 대외 여건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 코스피 순이익이 올해 대비 4.4% 줄어든 138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실적 역성장은 2012년 이후 처음이지만 130조원대 이상의 순이익은 유지될 것"이라며 "코스피 장기 박스권이었던 2012~2015년과 같이 연간 순이익 70조~80조원대 수준으로의 실적 회귀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기업은 내년 실적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체 순이익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업종의 이익이 줄어들면서 내년 기업의 이익증가율은 3%에 그칠 것"이라며 "각종 불확실성으로 5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다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전쟁 격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여건도 여전히 불안하다. 중국 부채 문제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 경기 둔화,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감소 등도 부담요인이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가 서서히 둔화하고 있다"며 "경기선행지수와 경제성장률 등 측면에서도 대체로 고점을 형성하는 등 각종 지표가 경기 둔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며 달러 강세 흐름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신흥국 시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