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텐가는 음지에서 은밀하게 즐기는 성인용품이 아닌 모두의 성인용품을 추구합니다. 젊은 남성과 여성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장애인, 노인 등 누구나 건전하고 풍요로운 성생활을 일상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21일 한국을 방문한 글로벌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TENGA)의 마츠모토 코이치 대표가 가장 강조한 말은 흔히 성인용품에서 연상되는 단어가 아닌 '건전'과 '일상'이었다. 마츠모토 대표가 말하는 '건전한 성인용품'이란 무엇일까.
"처음 성인용품 매장에 방문해 보고 놀란 건, 성인용품들이 대부분 여성을 성상품화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의 성기 모양이나 나체를 표현한 제품이 많았고 사용법, 주의사항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죠. 그 제품들이 주는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바로 성은 외설적인 것이므로 성인용품도 남 몰래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마츠모토 대표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일반 제조용품으로 취급되는 성인용품을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2005년 7월 텐가의 첫 제품인 '스탠다드 시리즈'를 내놨다. 1년에 5만~6만개가 팔리면 성공이라 하던 성인용품 시장에서 스탠다드 시리즈는 첫 해에 100만개를 팔아치웠다. 심플한 패키지와 제품, 낮은 가격과 안전성이 비결이었다. 지금은 전세계 60개국에 진출해 연간 1000만개의 제품을 팔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의 유명 백화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다.
"텐가의 제품은 사람의 성기 등을 본뜬 제품이 없습니다. 성인용품은 사람을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거부감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건전한 디자인과 신뢰할 수 있는 품질이 텐가의 성공 비결입니다."
실제 텐가가 판매 중인 110여 종의 제품은 모두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성인용품의 패키지와 거리가 멀다. 스포츠용품 코너에 둬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텐가의 제품은 세계 최대의 디자인 어워드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6번이나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을 인정받기도 했다.
마츠모토 대표가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 중 하나는 '성장 가능성'이다. 성인용품에 대한 잠재 수요에 비해 보수적인 성 문화 때문에 시장이 음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의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연 2093억엔(한화 2조1000억원)에 달한다. 한국 역시 성 문화가 양지로 올라오면 그 못지 않은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다.
"한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성적으로 보수적인 국가라는 것입니다. 성인용품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도 18%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성인용품 판매 매장의 증가, 소비자들의 성인용품에 대한 높은 수용력, 온라인상에서 제품에 대한 상세한 피드백 등으로 봤을 때 충분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치료용 성인용품' 시장에도 발을 들여 놨다. '성 건강'을 목표로 하는 헬스케어 전문 브랜드 '텐가 헬스케어'를 론칭하고 글로벌 의료기관들과 협업해 성기능 치료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여성 전용 브랜드 '이로하'도 선보였다.
"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성인용품 회사가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풍요롭고 건전한 성생활을 즐기는 '섹슈얼 웰니스(sexual wellness)'를 구현하는 것입니다. 올바른 판매와 올바른 품질, 올바른 가격으로 음지에 있는 성을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 텐가가 보탬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마츠모토 코이치 텐가 대표가 21일 코트야트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글로벌 성인용품 브랜드 텐가의 사업소개를 하고 있다. <텐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