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강해령 기자] 국내 10대 주요 대기업들의 3분기 누적 연구개발 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0% 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업들이 기존 제조업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10대 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67개 업체의 올 3분기(1월~9월)까지 누적 R&D 투자 비용은 총 27조917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조7878억원)보다 8.26% 증가했다.

SK케미칼 등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분할 등의 이유로 R&D 투자 내용을 비교할 수 없거나 3분기까지 투자 규모가 1000억원 미만인 상장 계열사들은 비교 통계를 위해 이번 집계에서는 제외했다.

그룹별로는 삼성(8.98%), SK(9.84%), 포스코(17.71%), 롯데(38.11%), 한화(112.46%), 현대중공업(11.48%) 등이 평균 이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했을 때 투자 비용이 줄어들거나 같았던 기업은 GS와 신세계 등 2곳이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의 경우 올 3분기까지 14조4123억원을 투자해 10대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액수를 연구 개발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13조3447억원의 R&D 비용을 투자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12조2300억원)보다 9.11%나 늘렸다.

배터리 사업이 주력인 삼성SDI는 4660억원을 투자해 전년 동기보다 12.86% 증가했고,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 대호황으로 올해 호실적을 기록한 삼성전기는 지난해 3277억원에서 올 3분기 3710억원으로 13.21%나 늘렸다.

SK그룹의 12개 계열사 중에서는 SK하이닉스 등 6개 업체 R&D 비용이 늘었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는 SK하이닉스는 올해 2조1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8012억원)보다 11.89% 늘어났고,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1411억원에서 올해 1658억원으로 17.51%나 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R&D 비용도 3조5528억원에서 3억6411억원으로 소폭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3분기 실적이 예년에 비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5.97% 오른 1조6727억원을 투자했다. 도시철도 수주 등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로템은 같은 기간 16.95%나 오른 890억원을 기록했다.

LG의 경우 올 3분기 5조9007억원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해 전년 동기보다 3.4% 올랐다. LG디스플레이, LG화학,LG하우시스, LG유플러스,실리콘웍스, 지투알 등이 평균 증가율 이상으로 투자액을 늘렸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중국 LCD(액정표시장치) 업체들의 공세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조3827억원에서 올해 1조5718억원으로 13.68%나 올랐다. 내년에도 LCD 과잉 공급 이슈로 쉽지 않아 보이는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에 대비해,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관련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조선업의 완만한 회복세 속에 현대중공업의 투자액은 12% 가량 늘렸고, 비철강 사업 확대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는 포스코, 항공·방산, 에너지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한화 R&D 비용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그룹도 기초소재 분야 R&D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롯데케미칼이 연구개발비를 49% 늘리는 등 미래 사업 준비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GS는 투자 규모가 60억원 가량 줄고, 신세계그룹은 투자금액이 전년 동기와 비슷했지만, 이는 R&D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유통의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대기업들의 R&D 비용 증가 추세는 최근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AI, 로봇, 5G, 전기·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는데 고삐를 죄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앞으로 미래 기술에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한국 AI총괄센터를 시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캐나다 토론토 등 7개 지역에 AI 거점을 늘려가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로봇·AI 등에 5년간 2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SK는 반도체·소재,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등에 3년간 80조원, LG는 올해 초 전기자동차 부품과 자율주행 센서 등에 1년간 19조원을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R&D는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라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기업들의 R&D 비용은 점차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해령기자 strong@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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