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지난 5월, 워싱턴 포스트 오피니언란에 한 편의 기고가 실렸다. 미국 USC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대학 맥스 니키아스(C. L. Max Nikias) 총장은 "This is the most important tech contest since the space race, and America is losing" 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의 제목 속 'tech'는 다름 아닌 양자정보통신 기술로 우주 기술이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자존심을 건 경쟁이었듯 지금은 양자정보기술 패권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으며, 국가 차원의 양자전략을 수립해야한다라는 것이 글의 주된 내용이었다. 중국은 이미 10조원 규모의 양자정보과학 연구소 확보를 포함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미국은 그에 비해 2016년 기준 3000억원 정도의 투자 규모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글쓴이는 과거 우주 기술 경쟁 시대에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취했던 공격적인 투자와 실행 계획들을 다시 한 번 진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자정보통신 패권을 논하고 있는 이 시점에 최근 우리나라에서 양자정보통신 기술의 중요성과 시급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기술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나라만의 강점을 갖는 고유한 기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점이다.

이에 더해 높은 보안성을 제공하는 '양자암호통신'이 차세대 암호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물리적 상호작용의 최소 단위인 '양자'를 활용한 암호화 기술이다. '양자컴퓨팅' 과 '양자센서'와 함께 양자정보통신 기술을 이루는 3대 근간 기술이다.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의 방향에 있어서는 특히 양자암호 기술에서 우리가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양자암호 기술은 여러 양자 기술 분야 중에서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기술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암호기술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기술을 도입하는데 한계가 있는 국가전략기술의 성격이 강한 분야이다. 국내에서 정부출연연구소, 이동통신 회사, 학계에서 지난 10 여 년동안 어려운 환경에서도 꾸준히 기술개발을 진행해 왔으나 아직 세계적인 기술들과 비교할 때 격차가 벌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양자암호 시스템 고도화 및 상용화 기술들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양자암호를 구성하는 핵심 기술들 중 우리만의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필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양자인증, 양자서명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 정보통신의 발전으로 인해 단순히 내가 보낸 정보를 악의적인 도청자가 몰래 훔쳐보는 것을 방지하는 기밀성의 보장만으론 전체 암호통신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 내가 통신하는 사람이 정당한 사람인지 확인해 주는 인증 기능, 내가 보낸 메시지가 변하지 않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무결성, 통신의 상대방이 암호통신 행위를 부인할 때 이를 확인해 주는 부인방지 기능들을 모두 제공할 때 암호통신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다.

현재 양자암호의 개발은 주로 해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기밀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발달 되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자의 특성을 이용하여 인증기능, 무결성, 부인 방지 기능까지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양자인증, 양자서명 연구가 시작되고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이론 및 기초 실험 연구 단계에 있기 때문에 기술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분야로 생각된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미래에 주요 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관련 연구자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바로 이러한 양자인증과 양자서명 연구의 가능성을 보고, 비록 실패의 위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도 기술을 개발해 보고자 하는 시도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최근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어 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사이버전 위험은 계속되고 있다. 높은 수준의 사이버전 능력을 보유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사이버전 대응 능력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이기에 북한 및 주변국의 사이버 공격 및 해킹에 번번이 허점을 노출하고 심지어 정부 주요기관과 군사자료에 쉽게 접근하여 국가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적극적인 대책이 바로 양자 기술을 활용한 양자통신 및 암호기술이 될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양자통신 기술개발과 아울러 태동기인 양자인증, 양자서명 기술에 큰 관심을 갖고 집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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