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 차량 특유 승차감… 호기심 자극 주행 모드는 노말·에코 등 4개로 구성 가속페달에 힘주자 미끄러질 듯 질주 고속주행 때도 불안감 전혀 안 느껴져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계기판.
현대자동차 벨로스터 계기판.
현대차 '벨로스터' 타보니…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 벨로스터를 오해했다. 쿠페도 승용차도 아닌 어정쩡한 디자인, 뒷좌석 문은 1개, 운전석에서 하차해 뒷좌석 짐을 빼려면 앞으로든, 뒤로든 한 바퀴를 돌아야 한다. 불편투성이다. 이런 차를 굳이 사야 할까. 달리고 싶으면 문 두 개 쿠페를 사고, 아니라면 무난한 승용차를 타면 될 것을.
주행 직후 단점이 장점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디자인은 달리기에 최적화했다. 승용차를 타면서 느끼는 지루함은 어느새 쿠페의 매력이 지배한다. 문이 두 개밖에 없는 쿠페에 하나를 더하니 편하다. 승용차와 쿠페에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최적의 선택지'다.
차는 역시 타봐야 안다. 외관 디자인부터 내장 실내까지 벨로스터는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심장이 두근거린다. 터보 차량 특유의 '으르렁'이 느껴진다. 운전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주행모드는 노말, 에코, 스마트, 스포츠 등 4개로 구성된다. 주행모드에 맞춰 계기판 디스플레이도 달라진다. 빨간색으로 내장 곳곳에 포인트를 주다 보니 계기판 역시 빨간색의 스포츠가 가장 잘 어울린다.
벨로스터를 타고 서울에서 포항을 거쳐 부산으로, 다시 서울로 약 1000㎞를 달렸다. 고속도로 주행만 900㎞에 달할 만큼 주행은 대부분 고속주행이 주를 이뤘다. 꽉 막힌 도심 속에서도 이따금 가속페달을 밟을 때면 울부짖음이 느껴진다. 얼른 갑갑한 시내를 벗어나고 싶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최대 속도는 시속 260㎞다. 도심에서 거북이 주행을 이어가다 보니 미안한 생각까지 든다.
고속도로에서야 진가를 드러냈다.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마자, 미끄러져 나간다. 현행 고속도로의 최대속도인 시속 110㎞까지 가뿐히 도달했다. 배기음밖에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주행 소음이 없다 보니 주행 최대속도를 나도 모르게 웃돌기도 한다. 주행 내내 오히려 한계를 느껴보라고 유혹한다.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 힘을 줘 오른발로 가속페달을 내리밟았다. 굉음과 함께 계기판 바늘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1.6 터보 엔진과 7단 더블클러치트랜스미션(DCT)의 조화는 204마력의 동력성능을 낸다. 배기량 2000㏄를 웃도는 차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몇 체급 위인 현대차 그랜저 2.4 휘발유 모델(190마력)도 도로 위에서 제칠 수 있는 성능이다. 2000만원대 차로, 3000만원대 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고속주행에서도 전혀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현대차의 주행안전사양인 '스마트센스'에 포함된 차선이탈방지 보조 장치는 고속주행에서도 비틀거림 없이 운전대를 불안하지 않게 유지해준다. 코너 길에서도 속도를 거의 줄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붙은 느낌으로 안정감 있게 빠져나온다.
구간과속단속에서도 문제없다. 앞차와의 간격을 설정하고 스마트 크루즈로 규정 속도를 맞춘 이후 운전대에 살포시 손만 얹어 놓으면 불안감은 느낄 수 없다. 장거리 주행에서 피로도 해소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다만 운전이 지루하다는 느낌도 같이 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전방충돌방지보조(FCA) 기능도 경험했다. 이 기능은 사고 위험으로 의도적으로 활용하기에 부적합하다. 마침 고속도로에서 앞차가 급정거했는데, '아차'하는 때 벨로스터의 계기판 바늘이 급격하게 떨어지더니 비상경고등과 함께 멈췄다. 앞차와의 거리는 꽤 여유 있어 보였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사고 위험 발생을 낮춰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출시된 현대·기아차 전 차종에는 이 안전장치가 모두 적용돼있다.
현대차에게 벨로스터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판매량이 단종에까지 시달리게 했다. 결과론적으로 현대차는 2011년 벨로스터를 내놓은 첫 순간부터 지금까지 달리기만을 생각했다. 이제 고성능 브랜드 'N'의 상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