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예술(Art)도 기술(Technology)이다. 현대자동차는 맘껏 뛰놀 수 있게 마련한 '놀이터'를 보며 깨달았다. 혁신은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예술가와 공학도의 만남은 그야말로 '실험'이었다. 앞으로 '0'이 될지, '1'이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현대차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센터의 헤드쿼터 '제로원(ZER01NE)'은 그렇게 시작됐다.
6일 현대차가 서울 강남에 마련한 개방형혁신센터인 '제로원'을 찾았다. 빌딩 숲 한가운데 그 흔한 간판 하나도 없다. 사전에 위치를 파악해두지 않는다면 찾는 데 애를 먹는다.
입구에서 신분증과 하얀색 바탕에 제로원 심볼이 새겨진 카드를 교환한 후 엘리베이터로 타고 6층으로 향했다. 건물 로비의 환한 분위기와는 달리, 어두운 분위기다. 마치 한적한 평일 클럽 입구를 연상시킨다. 카드를 입구에 대니 커다란 문이 양쪽으로 열리며 내부를 드러냈다.
건물 내 전용면적 800㎡ 규모인 이곳은 하나의 마을이다. 통유리로 된 사무실과 블라인드가 쳐진 사무실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사무실들 사이로 샛길이 나 있다. 샛길을 따라가다 보면 소파나 테이블이 나온다. 복잡한 머리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제로원 관계자는 "문 앞 입구를 광장으로 보면 된다"며 "내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사무실들이 하나의 마을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의 공간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광장은 '만남의 장'으로 활용된다.
제로원 관계자는 모든 공간을 '놀이터'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선 예술가 20명과 스타트업 7개사가 밤낮을 뛰어놀았다. 현대차의 역할은 간단했다. 예술가의 신규 창작활동과 스타트업의 육성을 지원했다. 놀이터에 들어온 인원들은 하고 싶은 대로 놀기만 하면 된다.
딱히 개연성은 없었다. 결과는 예측불허다. 그동안 사무실에서 하던 숫자놀음과는 동떨어진다.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다. 1과 1을 더해 0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사실상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무(無)성과는 기업에 있어 '최악의 결과'다.
기우였다.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쏟아냈다. 예술가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이를 비즈니스로 연결한다. 각자 잘하는 것만 하면 된다. 제로원은 이곳에서 상생을 봤다. 예술이 곧 기술이 됐고, 사업이 됐다.
지난달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예술가와 스타트업의 결과물이 외부로 공개됐다. 현대차가 후원하고 제로원이 주최한 제로원데이에서는 21개의 예술 창작 프로젝트를 선보였고, 스타트업 7개사의 성공적인 사업화를 엿볼 수 있었다.
제로원은 또다시 실험을 시작한다. 이미 300여명의 후보군을 추려 새로운 실험 채비를 마친 상태다. 앞으로도 유의미한 성과가 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결과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변화의 시작이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