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123원 인하 효과 공언한 정부 발표와 괴리 커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1395원 vs 2328원'

유류세 인하 첫날인 6일, 조금이라도 기름값이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국내 주유소의 기름값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 홈페이지는 이른 아침부터 몰려드는 소비자들로 한때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정부가 이날부터 6개월간 유류세를 15% 인하하면서 휘발유는 ℓ당 최대 123원, 경유는 ℓ당 87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이날 오피넷에 따르면 휘발유 기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은 ℓ당 1395원, 최고가는 2328원으로 나타났다. 보통 휘발유 가격은 전날보다 ℓ당 평균 16.2원 하락한 1674.1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당초 공언한 ℓ당 123원 인하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 주유소의 유류세율 인하 가격 반영 시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는 손해를 감수하고 당장 이날부터 세율 인하분을 100% 가격에 반영해 기름값을 내렸다. 이에 따라 부산 사상구에서 최저가로 휘발유를 판매하는 GS칼텍스의 한 직영주유소는 이날 휘발유를 ℓ당 1490원, 경유를 1326원에 판매했다.

현재 전국에 영업 중인 주유소는 모두 1만1565개다. 이 가운데 국내 정유사의 직영주유소는 약 10%가량에 불과하다. 국내 주유소 10곳 가운데 1곳에 불과한 수준이다.

직영주유소가 정부 정책에 부응해 세율 인하분을 반영해도, 전체 10곳 중 9곳인 자영 주유소가 이를 거부하면 소비자가 유류세 인하를 체감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직영 주유소의 경우 휘발유 가격이 ℓ당 1400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이런 곳은 전국적으로 4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몰려있었다.

직영 주유소와 달리 대부분의 자영 주유소는 전날과 거의 가격 변동이 없었다. 실제로 유류세 인하가 시행됐지만 이날 서울 양천구의 한 자영주유소의 가격은 전날과 마찬가지로 휘발유 1677원, 경유 1487원이었다.

정유업계는 개인이 운영하는 자영주유소의 경우 전날까지 높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석유제품의 재고량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따라 세율 인하분 가격 반영 시점이 주유소마다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당분간은 자영 주유소 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내린 주유소가 늘어나면 가격 경쟁력 때문에 다른 주유소들 역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정부 시책에도 아랑곳 않고 배짱영업을 하는 주유소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도 네티즌들은 '기름값이 (ℓ당) 1500원대인 주유소는 상상 속에서만 볼 수 있느냐', '우리 동네 주유소는 재고를 핑계로 기름값을 10원밖에 안 내렸다', '직영주유소는 원래 가격이 비싸서 내려봤자 체감이 없다' 등의 부정적 반응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체 주유소 가운데 약 90%를 차지하는 자영주유소가 재고량에 따라 세율 인하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시점이 천차만별인 데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컸다.

한 네티즌은 "재고를 이유로 기름값을 늦게 내리는 거라면, 기름값 인상 시점에는 싸게 사들였던 재고는 싼 가격에 다 팔고 기름값을 올리는지 지켜보겠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유동일기자 eddieyou@
서울 시내 한 주유소 모습. 유동일기자 edd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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