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소비·투자 총체적 부진 탓
"경제 안좋은 것 부인하기 어려워"
반도체 지나친 의존 자칫 부메랑
정점 꺾이면 우리 경제에 직격탄



경기 동행지수 6개월 연속 하락

통계청이 31일 내놓은 '9월 산업동향'은 한국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절실히 보여준다. 특히 현재와 향후 경기를 판단하는 경기지수가 수개월 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6으로 전달 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동행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인 2009년 6월(98.5) 이후 최저치인 데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99.2로 0.2포인트 떨어졌다. 선행지수도 지난 6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세다.

통계청 관계자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해, 경기지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기지수가 이처럼 지속 나빠지는 데는 산업생산과 소비, 투자 모두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도 "주요 경제 지표가 전체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경기 침체를 시인했다.

9월 전산업생산은 전달 대비 1.3% 하락해, 석달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이번 낙폭은 최근 5년 6개월만에 최대치다. 전산업생산의 감소는 자동차와 전자부품 중심으로 광공업생산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광공업 생산은 전달보다 2.5% 감소하면서 19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자동차는 완성차 내수와 관련 부품 수요가 줄면서 생산이 감소했고, 전자부품은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출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소비지표도 악화됐다. 9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달보다 2.2% 하락해 지난해 12월(-2.6%) 이후 9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로 인해 공급물량이 부족해지면서 자동차 등 내구재 판매가 7.6% 감소했고, 중국인 관광객 등도 줄면서 화장품과 가전제품 판매도 부진했다.

투자 부문도 상황은 심각했다. 설비투자가 전달보다 2.9% 상승했지만, 이는 수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부문에서 제조용 기계 수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설비투자 역시 전달보다 8.9% 감소로 전환된다.

아울러 우리 경제를 근근이 끌고 가는 수출에서도 위험 신호가 잡히고 있다. 올해 수출은 지난 달 29일 5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연말까지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13대 주요 수출 품목 중 반도체와 석유제품 등 일부 품목에서만 수출이 늘고 자동차와 선박, 철강 등 우리의 주력 수출 품목 대다수는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9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반도체와 석유제품이 각각 28.3%와 13.5% 증가했지만, 자동차(-22.4%)와 선박(-55.5%), 철강(-43.7%), 가전(-35.8%), 무선통신(-33.1%), 디스플레이(-12.1%) 등 10개 주력 품목이 모두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데 반도체 경기가 연말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반도체 굴기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 양산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조은국기자 ceg420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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