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이 몸 위에 입는 '천'이나 '가죽'이다. 우리는 옷을 통해 추위와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고 입은 사람의 성별과 신분, 직업 등을 구별하기도 한다. '옷'은 외모, 나이, 개성에 어울리게 입었을 때 '날개'라는 표현으로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가 되었을 때는 조롱과 비아냥의 대상이 되어 입은 사람의 품격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여기 중소기업계에도 아주 멋진 '옷'(직·職)이 한 벌 있다. 바로 4년에 한번 새 주인을 찾는다는 '중소기업중앙회장'이라는 '옷'이다.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한민국 경제 5단체장 중에 한명이다. 산하에 20여개 단체와 950여개의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으며, 정부의 주요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의전 시 부총리급 예우를 받는 등 막강한 권한과 대우로 업계에서는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통령'(중소기업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린다.
경제 5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로 선출하는 자리라서 그런지 내년 2월 선거를 앞두고 이 '옷'에 대한 관심과 인기도 상당하다.
'아깝게 입을 기회를 놓쳤던 사람', '다시 한번 입고자 하는 사람', '이번에 새롭게 입어보려 하는 사람' 등 업계를 대표하는 능력있는 중소기업인들이 벌써부터 이 옷의 후보자로 여러 명 거론되고 있다.
IMF 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우리나라 GDP비중은 2006년 59%에서 2015년 48%로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종사자는 1067만7789명에서 1462만8135명으로 약 37% 증가했다고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력은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역대 최대 폭의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상승 등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중소기업들을 생존의 벼랑 끝에 몰아세우고 있다.
이렇듯 엄중한 시기를 맞이하여 차기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많은 역할과 책임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다양한 정부정책에 대해 중소기업, 소상공인들과 소통하며 업계의 권익을 대변하고 슬기롭게 이견을 조율해야 하며, 중소기업계와 더 나아가 한국경제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과정에 잡음이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후보들은 입고자 하는 '옷'이 360만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영광된 자리인 만큼 그 격에 맞게 상대방을 비난하는 네거티브 선전을 지양하고 본인들이 생각하는 미래 비전과 경쟁력 있는 정책들로 자웅을 겨뤄야 한다. 치열한 경쟁 끝에 결과가 나오면 패자는 승자에게 진심어린 축하를, 승자는 패자를 따뜻하게 포용하며 단결된 중소기업계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과정 속에서 '중소기업중앙회장'이 선출된다면 그의 행동에는 명분이 생기고 그의 목소리에는 업계를 대변하는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이다.
서두에 언급했던 것처럼 '중소기업중앙회장'은 360만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자리다.
'중통령'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화려하고 탐나는 멋진 '옷'일 지도 모르겠으나 이 '옷'을 입는 자는 그 자리가 주는 무거운 책임감도 함께 입어야 한다. 어려움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보호해주라고 만들어진 '옷'이고 침체에 빠져있는 한국경제에 날개를 달아주라고 주어진 '옷'이기 때문이다.
내년 2월이면 이 '옷'도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된다. 아무쪼록 '중소기업중앙회장'이라는 옷이 가진 의미를 잘 이해하는 멋진 신사가 새로운 '옷'의 주인으로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