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문학, 정치 등 대충 의미는 알지만 막상 정의해보라고 하면 어려운 용어들이 많다. 4차 산업혁명도 그 중 하나다.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의 연원은 독일의 '인터스트리(Industrie) 4.0'이고, 그 핵심은 제조업 혁신이다. 독일은 2010년부터 사물인터넷을 제조업에 적용해 완전 자동생산체계를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는데, 이것이 인더스트리 4.0이다. 이것을 세계경제포럼에서 가져다 쓴 개념이 4차 산업혁명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소사이어티 5.0'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확대한 개념이다.
제조업을 뛰어넘어 농업, 의료, 간병, 서비스 등 전통산업과 일상생활 등 사회전반에 ICT와 인공지능, 로봇을 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소사이어티 1.0은 수렵사회, 2.0은 농경사회, 3.0은 산업사회, 4.0은 정보사회다. 일본정부는 정보사회 다음으로 올 소사이어티 5.0는 ICT 경작, 에너지 경영, 원격진료, 드론배달, 인공지능 스피커, 청소·간호 로봇 등 생활 속에 지능화된 첨단기술이 뿌리를 내리는 '슈퍼 스마트 사회'라고 설명한다.
세계 최대 산업 강국 미국에서도 혁신적 변화는 예외 없이 진행되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란 용어가 많이 사용된다. 디지털 디스럽션(Digital Disruption),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등의 용어도 비슷한 의미로 사용되지만 뉘앙스 차이가 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디지털화와 디지털 패러다임에 맞게 디지털 기반의 기업전략, 조직, 비즈니스 모델, 문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단연 '4차 산업혁명' 이다. 2017년 10월 11일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한 지 만 1년이 지났다. 위원회 홈페이지에 보면 4차 산업혁명을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로 촉발되는 초연결 기반의 지능화 혁명'이라 정의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우리는 범용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에 의해 3차례의 산업혁명을 경험하였고 (이제) AI,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로 촉발된 새로운 세상,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독일 일본 미국은 각각 제조업 혁신과 인더스트리 4.0, 인공지능 로봇과 소사이어티 5.0, 디지털 기반 산업혁신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자신들의 목표와 용어를 갖고 있다. 그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목표와 용어가 다소 일반적이고 범용이다. 꼭 우리만의 용어를 만들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식 정의와 용어, 목표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가 추진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인슈타인은 "같은 방식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다"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산업화시대의 방식을 반복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는 없다. 독일, 일본, 미국을 벤치마킹해 비슷한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들보다 앞서기를 기대하는 것 역시 어리석다. 우리의 목표와 방향성은 반드시 '사람'에서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사람 중심'이야말로 우리가 시종일관 견지해야 할 원칙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자체보다는 그 기술을 개발할 연구자와 엔지니어를 지원하고 육성해야 하며, 미래 변화를 예측하는 데 매몰되기 보다는 미래를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이끌어갈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자원이 빈약한 우리는 '어떤 어려운 문제건 능히 해결하고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위대한 과학기술 연구자와 잠재력 있는 미래인재 육성'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미래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것은 다름아닌 인재들이다.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고 사람이 주도하는 사람혁명, 인재혁명'이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