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비건 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9일 외교부를 방문,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한반도 지도를 들고 있다. 이를 두고 한미 간에 핵 사찰 검증 절차나 남북 도로·철도 연결 사업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을 전방위로 압박하며 비핵화 협상을 장기전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남북관계 진전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북한과 비핵화 협상이 오래 걸린다 해도 상관없다"고 밝힌 데에는 북한이 실무·고위급 협상에 응하지 않는 등 비핵화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현실론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미국이 대화 테이블은 열어두면서도 경제 제재 외에도 다양한 대북 압박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지속적으로 북한을 압박했다. 불법 돈세탁, 유류 불법 환적, 사이버 사기, 탈북자 인권 문제 등 북한과 관련한 불법 행위를 총망라했다.트럼프 행정부가 행한 일련의 압박은 대화 테이블은 열어두되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가 있어야 협상도 이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장기화를 공식화하면서 공은 '침묵 시위' 중인 북한에게로 넘어가는 형국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 장기전 채비에 돌입하면서 우리 정부의 남북사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특히 정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종전선언을 추진 중인데, 이는 비핵화 협상 진척과 별개로 진행될 수 없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낮아졌다. 또 연내 남북 도로·철도 연결 사업 착공도 대북 제재와 관련한 한미간 공조 균열 논란을 빚고 있어 정부가 사업을 강행할 경우 한미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을 두고도 남북관계 속도 조절을 주문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비건 대표가 29일 한국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의 면담에서 "양국 대통령의 공동 목표가 달성 가능 하다는데 절대적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에서 벗어나지 않고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준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비건 대표는 이날 오후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와 엘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이 배석했다. 미국 측 인사가 임 비서실장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국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이 자리에서 임 실장은 비건 대표에게 미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달라고 요청했고, 비건 대표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