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다. 내리막길을 걷던 현대차는 올 3분기 창사 이후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1분기 2010년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이후 최악의 실적을 2분기 만에 또 갈아치웠다. 당시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났다. 지속하는 판매 부진에 수익성까지 악화하며 영업이익률은 1%로 추락했다. 실적 악화에 시장도 외면했다. 실적 발표 이후 주가(종가 기준)는 약 8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한때 삼성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던 현대차는 9위까지 밀려나는 굴욕을 겪으며 10위권 사수도 위태한 상황에 부닥쳤다.
현대차는 25일 콘퍼런스콜로 기업설명회(IR)를 열고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6% 감소한 28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 증가한 24조4337억원, 순이익은 67.4% 줄어든 3623억원이다.
이는 '어닝 쇼크' 수준이다. 증권가의 컨센서스(전망치)와 괴리감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는 현대차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9251억원으로, 1조원에 조금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실적은 참담했다. 4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하회는 고사하고, 2010년 IFRS 적용 이후 사상 최악의 분기 실적이다. 올 1분기 기록했던 영업이익 최저치(6813억원)와 비교해도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실적이다.
실적악화에 따라 수익성도 곤두박질쳤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1.18%다. 한때 일본 도요타를 압도했던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10.3%)을 정점으로 지속 감소 추세다. 작년 2분기 반토막 나 영업이익률은 5%까지 떨어졌고, 같은 해 3분기 5%대도 무너졌다. 이후 작년 4분기부터 지난 2분기까지 3%대에 그쳐왔다.
현대차는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비우호적인 외부 경영환경을 꼽았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작년 동기 대비 10∼20%가량 큰 폭으로 내리면서 수익성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품질 활동과 관련한 비용이 약 5000억원 반영되면서 영업비용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4분기부터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 판매목표를 달성하고 원가를 절감해 수익성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신형 싼타페와 투싼 개조차 출시로 판매 증가세를 유지해나가면서 SUV 중심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기로 했다. 내년에 2종 이상의 SUV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대형 엔트리 SUV와 제네시스 SUV 모델도 준비 중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3세대 플랫폼을 순차적으로 적용해 부품 공용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추진한다. 시장 수요 자체가 감소세인 중국에서는 라페스타와 같은 현지 전략형 모델을 늘리고 투싼 개조차, 신형 싼타페 등 신차를 투입해 판매 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시장의 빠른 변화에 맞춰 중국 전용 신차개발 일정과 세계 모델 투입 일정도 단축한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 거래일보다 5.98% 하락한 11만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 2010년 3월 16일(10만9천500원) 이후 약 8년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장중 한때는 10만2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여파로 전날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이어 시총 6위를 기록 중이던 현대차는 LG화학, SK텔레콤, 포스코에 밀리며 장중 9위까지 추락했다가 가까스로 7위를 탈환하며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