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영합적인 포스트케인지안 문제… 오류 가득하고 이단적
임금 올려 성장한다는 건 엉터리… 아르헨티나 꼴 나기 십상
모를리 없을텐데… 이해력 떨어지거나 사실 왜곡 둘 중 하나
家長 세대 고용 준다는 건 심각한 사회적 경고로 받아들여야
기업지배구조 판단은 이사회 몫… 법적 근거없는 간섭 말아야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박동욱 기자 fufus@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박동욱 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통계와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경제정책을 펴야하는데, 현 정책 담당자들은 그런 능력이 결여된 것 같다. 경제가 하나의 변수만 갖고 나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임금 하나 올려 경제가 나아진다면 왜 모든 나라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가. 10%가 아니라 20, 30% 올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경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이해와 분석 연후에 정책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현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정책 담당자들은 기본적인 경제경영 지식을 공부한 사람들인지 의심이 간다. 기본적 통계에 대한 이해도 못한다. 아니면 일부러 곡해를 하는 거다. 결론부터 내놓고 정책을 짜 맞추려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체한다면 빠를수록 좋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문재인 정부 들어 정부정책에 신랄한 비판과 직설을 마다하지 않는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경영대학 교수에게 절벽으로 질주하고 있는 한국경제호의 생존법을 들었다. 전시에는 군인의 용기가 필요하지만 평시의 위기에는 길을 제시하는 선각자 역할이 돋보인다.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현상의 본질을 꿰뚫고 길을 제시하는 지식인들이야말로 애국자다. 이 교수는 신문 칼럼과 강연, 인터뷰 동영상 방송 등을 통해 잘못 가고 있는 정부정책을 꼬치꼬치 따지고 대안을 제시해왔다. 그 만큼 큰 목소리로 오도된 정책에 경종을 울리는 학자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정부정책을 맹렬히 비판하니 주변에서 "괜찮냐"고 자주 묻는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내가 이만큼 살고 신념을 자유로이 개진할 수 있는 것은 대한민국으로부터 입은 혜택이다. 내게 이렇게 많은 것을 베풀어준 사회와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욕 좀 먹고 설사 권력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좁은 생각으로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않는가. 내가 발언하는 것은 사회와 나라에 대한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는 17일 여의도 글래도호텔에서 가졌다.

-한국경제 상황이 안 좋습니다. IMF, OECD 등 세계 경제기구와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이 올해 한국경제 성장 전망을 대폭 낮추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완화와 자금투여로 경기가 상승하다 2012년쯤부터 안 좋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조선업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저성장 기조로 빠져들었습니다. 2012년부터 소비가 축소되기 시작해 대기업 고용비중도 줄어들고 시간당 노동생산성도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87년 체제 이후 생산성을 뛰어넘는 임금상승이 이어졌던 오래된 문제가 표출되기 시작한 것이죠. 규제가 많다보니 새로운 성장동력이 싹틀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규제로 신산업을 못 키운 겁니다. 일본을 한 번 보죠. 일본은 반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우리와 비교해 저임금 국가가 돼있어요. 우리는 노조세력이 커지고 임금이 오르며 90년대 초 노동집약산업이 해외로 나가고 지금은 자본집약적 산업마저 국내를 이탈하고 있습니다. 조선에 이어 타이어까지 위태롭고 지금 자동차도 매우 어려운 지경입니다. 중공업, 건설도 마찬가집니다. 산업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는데도 이를 더 악화시키는 정책을 정부가 펴고 있습니다. 소득주도성장은 결국 인건비 올리는 겁니다. 공정경제 이름 아래 대기업 적대시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어요. 세상 모든 나쁜 짓은 재벌과 프랜차이즈 업주들이 다 한다는 식으로 몰아세우고 있습니다. 경제주체들이 미래가 불안하니 소비를 않고 기업도 투자를 않고 있는 겁니다. 경제는 수많은 변수가 있고 서로 연결돼 있는데 최저임금 대폭 올린다고 저임금 계층이 큰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경제 각 분야의 개혁이 절실하고 그 중에서도 노동 부문의 개혁이 1순위인데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 자체가 노조의 도움으로 출범했다는 생각을 하고 노조도 정부에 이를 빌미로 '청구권'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노동개혁은 물 건너 갔습니다.그러니 노사관계 갈등 조정력도 떨어지죠. 이 구조는 갈수록 더 악화될 겁니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출범했습니다. 그런데 성과는 낙제점입니다. 지난 12일 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가 지난 8월 3000명 증가에서 9월에는 4만5000명 증가로 나오는데, 작년 월 평균 취업자 증가 31만 6000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일자리 증가는 30만개는 돼야 우리 경제가 잘 돌아갑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30만~50만개 늘었어요. 지난 8월 3000명 증가에서 늘긴 했지만 4만 5000개도 나쁜 수치입니다. 세금으로 늘린 사회복지 공공 일자리가 적게는 30만~50만개나 됩니다. 농림어업 부문 고용 증가가 5만 7000명이나 됐는데, 이 점은 좀더 분석이 필요합니다. 정부 보조금이나 의료보험 적게 내려는 유인으로 증가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또 제조업에서 밀린 사람들이 낙향해 잠복실업 상태인 것으로도 보입니다. 농어촌 지역의료보험이 싸니까 적을 옮겨 놓은 것일 수도 있어요. 이번 정부 들어 금융분야와 공공기관 등에 정부가 고용 압력을 넣고 있는데 이 부분 증가는 관치숫자라 봐도 무방합니다. 9월 고용동향은 민간일자리가 30만~50만 개 줄어든 것을 말해줍니다."

-정부는 고용의 질은 나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청년실업률도 조금 낮아졌습니다.

"구직 단념자를 포함한 확장실업률은 22.7%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구직을 단념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은 유의해 볼 일입니다. 또 30대, 40대 고용 상황이 아주 안 좋습니다.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한창 지출이 많은 가장 세대의 고용이 준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위기 경고를 보내는 거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내년 1월 1일부터 10.9%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돼 고용 상황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고용도 줄지만 고용시간도 줄어들어 소득이 줄게 됩니다. 30시간 일하던 사람이 15시간만 일하는 경우가 발생하죠. 최저임금 높여놓고 주 52시간 강제하면서 내년에도 그 영향이 누적적으로 미치게 될 겁니다. 임금을 올리면 인건비가 다른 물가로 전가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전이돼 기업 수익성이 낮아지고 인플레이션도 일어나게 돼요. 최근 우유생산업체에서 우유 값을 올린다고 하면서 그 이유로 택배비용과 유통비용 인건비가 올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임금 올린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고 국민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도 낳게 되는 거죠."

-실업률 보다 고용 여건을 더 여실히 반영한다는 고용률(61.2%, OECD 기준 66.8%)이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한 것을 정부는 인구감소에서 찾으려 하는 것 같은데요.

"일자리 증가가 안 되는 것이 인구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통계 왜곡이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경제활동인구가 줄어서 일자리가 줄었다고 하는데, 실은 경제활동인구는 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중 33%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요. 15세에서 20세까지 인구는 줄고 있지만, 장년과 노년층, 여성의 근로인구는 계속 늘고 있는 것을 봐야 합니다. 결론부터 내놓고 짜맞추다보니 팩트를 확인 안 하거나 피하는 겁니다. 이번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기본적인 경제지식 수준이 낮은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사람들만 모아놨나 싶습니다. 잘못된 통계를 자주 인용해요. 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인 효과가 90%'라는 발언도 참모들이 필터링을 잘 안 한 데서 온 실수입니다. 팩트체크가 안 되는 경우는 이밖에도 많아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침수사고 때 몇 명이 죽었다느니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긴 나라가 없다는 말도 틀린 겁니다. 싱가포르는 실제 근로시간이 우리 보다 연간 300 시간 많아요. 근로시간이라는 게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많으면 평균이 낮아져요. 유럽이 그렇습니다."

-9월 고용동향에서 비임금근로자 중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가 3만4000명 증가했습니다.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자영업자가 증가했으니 최저임금 과격 인상이 고용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주장은 잘못됐다는 데이터로 인용되기도 합니다.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증가는 최근 고용 통계에서 이채로운 현상으로 부각되는데요, 소위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는 청와대 장하성 실장 등은 이를 최저임금 과속 인상을 지적하는 주장에 대한 반박 통계로 동원하고 있어요. 최저임금이 부담이 되면 자영업자들이 고용원을 줄이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왜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늘고 있냐는 거죠. 이에 대해서는 15일 국회 통계청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 관련 통계가 없다는 사실을 추궁하면서 허구적 수치가 아닌가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일자리 안정자금이란 게 있습니다. 정부가 고용을 하면 안정자금을 지원하니까 보조금을 노린 가족의 고용원 등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가 대폭 줄었어요. 그 전에는 가족들이 일을 해도 등록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대 보험료 내야해 비용이 많이 나가니까요. 요즘 대학생들이 알바인데, 부모 밑에 돼 있는데 왜 4대 보험 내야 하느냐고 건강보험 가입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구체적인 현장의 팩트를 확인하고 말을 해야 하는데, 이런 게 크로스 체크가 안 되고 있어요."

-청와대 참모들이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며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가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GDP가 90% 성장한데 반해 평균 가계소득은 32% 느는데 그치고 기업수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는 겁니다. 이익의 많은 부분을 기업들이 가져가면서도 투자를 않으니까 이익을 가계소득으로 돌려 이를 소비하게 함으로써 경제선순환을 일으켜보자는 취지인데요, 이 전제가 과연 맞는 건가요.

"청와대 장하성 실장은 공직을 맡기 전에도 저술 강연활동에서 경제통계에 대한 이해나 왜곡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지식을 전파했습니다. 대기업들의 임금소득배분률이 줄고 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근로자가 가져가는 임금의 비중이 줄고 있다며 젊은이들에게 분노하라고 부추깁니다. 그렇다면 왜 분노해야 하는지 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려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아요. 노동집약산업은 임금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산업고도화에 따라 선진국들도 다 줄고 있어요. 산업이 고도화되면 자본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단순 노동에 의존하는 산업일수록 임금배분율은 높아져요. 또 글로벌화되면서 외국 근로자 비중도 높아집니다. 현대차 미국공장, 삼성전자 하노이 공장을 봐요. 현대차와 삼성전자 임금 중 상당 부분이 외국으로 나갑니다. 국내 임금 비중만 따지면 반쪽짜리 통계지요. 자본시장이 커지는 현상에도 이유가 있어요. 기업이 성장하면서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도 커집니다. 임금비중이 증가하면 오히려 큰일납니다. 2000년부터 2017년 사이에 임금비중이 상승한 나라가 2개 있는데,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에요. 지금 그 두 나라가 어떤 상태입니까? 이 점을 모를리 없는 사람이 자꾸 사실과 다른 얘기를 하는 것은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 둘 중 하나입니다. 또 가계 평균배분소득이 기업이익 증가율에 비해 떨어진다고 했는데, 이것도 통계오역이거나 왜곡입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가구수가 37% 늘었어요. 급속한 가구분화로 가구수가 느니 평균도 낮아질 수밖에요. 어린이도 알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팩트에서 틀리니 거기서 출발하는 정책은 두 말할 나위도 없죠."

-정책 담당자들이 기본적인 통계도 모를 리는 없고 어떤 의도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이겠죠. 기본적인 경제지식과 통계도 모르는 사람들은 아닐 거라고 봐요. 소득이 늘지 않고 소비가 늘지 않아 소득주도성장을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현 가계저축률을 봐도 이런 말을 못해요. 2000년에 우리나라 가계는 100원을 벌어 78원 소비했는데, 지금은 68원만 소비합니다. 가계저축률이 9%에 달해서 OECD 국가 중 4위입니다. 미래가 불안하니 돈을 안 쓰고 저축하는 겁니다. 민간 가계와 기업 저축률이 OECD 평균 보다 1.5~2배 높아요. 이 팩트에서 출발해 정책을 입안해야 하는 게 당연한데, 엉뚱한 논리로 핵심을 비껴가고 있어요. 경제경영을 공부한 사람인지 도대체 이해 안갑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박동욱 기자 fufus@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박동욱 기자 fufus@


"소주성 실패 인정하고 企業 불확실성 빨리 제거해야 경제 살아"

재벌·프렌차이즈 업주를 모든 惡의 근원으로 몰아 세워선 안돼
정부가 주력분야만 강요했다면 삼성은 밀가루·설탕만 팔았어야
주택정책 목표는 좋은 집 쉽게 살 수 있게 하는건데 거래 막아


-정책 담당자들의 지력이 떨어진다고 봐야 하는데, 이걸 해결하려면 지식인들이 좀 더 강하게 발언을 해 잘못을 시정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하는데, 지식인 사회가 이걸 걸러주지 못하고 있어요. 과거 안철수 문재인 등 정치인들이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자 선뜻 발을 들여놓고 무책임한 행동을 하는 겁니다. 대중들에 영합하는 포스트케인지안들이 문제입니다.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홍장표씨 논문은 일반 정통 경제학 저널에는 실릴 수 없는 그런 주장입니다. 구글 검색해보면 포스트 좌파케인지안의 이단적 거시경제가설이 소개되는데, 거의다 오류로 가득한 주장이고 이단적입니다. 경제가 하나의 변수만 조절해 성장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임금만 올려줘 성장한다면 왜 다른 나라는 안 하겠습니까.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임금 배분 잘 해 성장한다는 것은 단순 엉터리입니다. ILO(국제노동기구) 좌파 경제학자가 주장해서 그대로 따라한 것인데, 소수가 믿는 이단적 이론이 한 나라의 핵심 경제정책의 이론이 되고 있다는 것이 납득이 안 갑니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참석해 최저임금 과격 인상을 비판했다 여당 국회의원들로터 인신공격을 받았는데요.

"최저임금 인상이 과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노동생산성의 증가율 보다 10배가 넘는데 이게 정상이냐고 했죠. 우리나라는 대기업 고용이 적기 때문에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 적용 대상자가 20%나 됩니다. 세상에 최저임금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20%나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거에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면 40%가 최저임금 적용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극소수 저임금자가 아닌 전체 임금근로자의 임금을 다 올리는 결과를 초래해요. 최저임금제의 본래 취지는 장애인이나 노약자, 고아 등 자기 임금에 대한 바게닝 파워가 없는 취약계층을 위해 도입된 겁니다. 이걸 인기영합적으로 운영하다보니 본래 취지에서 벗어났죠."

-공정위가 38년 만에 처음으로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며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공정이란 이름 아래 기업 상거래를 샅샅이 뜯어보겠다는 건데요, 개정 공정거래법에 대해서는 득보다 실이 크다고 우려하는 이가 많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공정경제와 재벌개혁이라는 2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고 볼 수 있죠. 현 김상조 위원장은 평생을 재벌 깨고 개혁하는 것으로 명성 쌓아온 분입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기업에 대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렇다고 특정 기업의 지배구조를 간섭하고 압박하라는 자리가 아닙니다. 지배구조 판단은 이사회가 하는 겁니다. 재벌을 보는 편견에서 못 벗어나 재벌 지배구조까지 간섭하고 있어요. 재벌들에게 비상장 주식 팔아라. 주력기업 아니면 갖지 마라 합니다. 재벌 집 자식도 국민입니다. 법적 근거 없는 간섭과 강요는 안 됩니다.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헌법적 질서에 반하는 짓을 하고 있어요. 미국의 상장기업들은 소수 지분으로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고 있습니다. 포드사의 포드가문은 차등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보유해 2% 지분으로 40% 경영권을 발휘합니다.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것은 경영자가 분리하고 싶어서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를 받아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분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진해서 소유권을 포기해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걸 강요하고 있어요. 미국과 영국 기업들이 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는데, 그 나라만의 특색이 다 있는 겁니다. 주력 기업만 하라는 것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꿔야 하는데, 삼성이 주력기업만 했다면 지금 밀가루와 설탕, 모직만 팔아야 하고 노키아는 장어를 파는 기업으로 LG는 치약만 파는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주력기업에 올인하다 망한 대표적 사례가 STX조선입니다. 조선 한 가지만 몰두하다 시황이 바뀌니 망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도 다각화한 기업은 안 망하고 전문화된 기업이 망했습니다. 최근에는 재벌총수는 이사회의장만 하라고 하는데, 이 역시 바람직한 구조를 미리 알고나 있는 것처럼 생각해 밀어붙이는 어리석은 짓입니다. 최고의 기업지배구조는 이익을 많이 내고 고용을 많이 하며 세금을 잘 내는 기업입니다. 공정위가 이렇게 강요하고 공개 협박에 가까운 발언을 하는데도 우리 기업들이 꿀먹은 벙어리마냥 가만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기업들이 벌떼처럼 일어나는 게 정상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그렇게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법치 수준과 사법부의 경제적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일 겁니다. 소송을 해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하죠. 합법 합헌 판단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총 부회장이 소신껏 발언했는데 자르고, 소상공인들이 최저임금 과격인상에 항의하자 뒷조사 하는 등 탈법적 행위가 횡행하고 있어요. 삼성전자서비스를 열차례 이상 수색하고 한진에 대해 온갖 별건 수사 하고 있으니 '대들면 죽어'라는 인민재판 구호가 나오는 겁니다."

-지난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해 공개적으로 간섭하며 압박을 가한 혐의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직원남용과 강요로 검찰에 고발했는데요.

"지난주 금요일 고발인 조사를 받았습니다. '개인 교수로 발언하는 것과 공정위원장이 발언하는 것은 다르다. 경제학적 기본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고용을 걱정하면서 정부는 기업을 못 살게 해 고용을 못하게 하는 데에 몰두하고 있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정부가 주요 기업들을 주인 없는 기업으로 만드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현대차가 인수하기 전 기아차를 보세요. 주인이 없으니 망한 겁니다. 지금 KT, 국민은행, 포스코 이런 기업들도 주인이 없는 기업들인데 이런 기업들은 정권이 바뀌면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고 틈만 나면 기업 대표가 감옥 갑니다. 주인 없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유한양행을 주로 드는데, 유한양행의 규모가 얼마나 되나요. 20년 전에는 대표적 대기업이었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중견기업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함부로 상장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공정위원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말을 하면 외국 주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과반 이상이 외국인 주주인데, 주가 떨어지면 벌처캐피탈이나 헷지펀드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삼성전자 경영자가 공정위를 개혁하는 것은 말이 되지만, 세계 일류기업 삼성전자를 공정위가 개혁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입니다. 소니를 중소기업으로 만들어놓은 기업이 삼성전자입니다. IBM의 1년 이익이 삼성전자의 1분기 이익 정도에 그쳐요. 이런 기업에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하면 말이 됩니까."

-공정위가 무소불위 정책을 계속 내놓을 것 같은데, 기업과 시장은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보고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이 발언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지식인 사회에는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담론구조가 없습니다. 한미FTA 체결 결사반대와 광우병 사태를 보세요. 그 때 난리쳤던 사람들은 아무 잘못도 인정 않고 태연히 국회의원 하고 교수 합니다. 세몰이를 해서 뒤집어 엎으면 다되는 사회가 되고 있어요. 전문가들이 세밀히 분석하고 국민적 여론을 수렴해 결정해야 하는데, 대중적 분노와 대중적 갈등구조 위에서 해결하려고 합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가 갈등을 조장하고 그에 편승해 이익을 챙깁니다. 주변에서 제가 정부정책 비판을 계속하니까 정말 괜찮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는데, 권력 밉보여 화를 입을지 모른다는 거죠."

-현 정부 들어 경제적 자유는 급격히 위축됐습니다. 예를 들면, 1주택 소유자에 대한 부동산 거래를 제약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를 넘어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부동산 정책은 목적을 상실했어요. 가계부채를 들고 나오는데, 지금 부도율 안 올라가고 있고 부실대출도 많지 않은 상황입니다. 실질적인 부동산 값 상승은 물가상승률 보다 낮아요. 가격을 내리눌러 집값을 잡으면 집을 싸게 살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하지만 결국은 집을 못 사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대체 부동산 정책의 본질적 목적이 무엇입니까. 좋은 집을 쉽게 살 수 있게 하는 것이 정책 목표가 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래를 못하게 하고 있어요. 내 재산을 갖고 내 대출 받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경제적 자유입니다. 은행도 자유롭게 대출을 결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정부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주의에 입각한 경제적 자유 침해 행위입니다. 가난한 사람한테는 공공주택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돈 있는 사람은 민간주택을 사도록 하면 됩니다. 싱가포르가 주택정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부동산과 금융이 일자리 파급 효과가 매우 큰 분야인데 이를 죽이고 있으니 참 한숨만 나옵니다. 집 공급은 중앙정부가 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제3기 신도시도 7~10년 후에나 공급돼요. 지자체가 반대하면 못해요. 지자체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어 그린벨트 해제도 어렵습니다. 5년 단임 중앙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부동산 대출조건을 국토부장관이 결정하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은 세계적으로 대도시화라는 메가트렌드가 진행되고 있어요. 어바니제이션이라고 하는데, 이에 따라 인구가 줄어도 주택이 부족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주택들은 압축 성장하며 급조한 아파트와 연립주택이 많은데 지금은 소득 3만달러에 맞는 주택 수요가 늘고 있어요. 80년대 지은 아파트는 지하주창도 없어요. 지금 냉장고 3~4개 쓰는 집도 있는데, 당시 지은 집은 이런 공간도 없습니다. 시류에 맞는 주택수요에 부응해야 합니다. 재건축 재개발 요건을 완화해야 합니다."

-최근 좌파 정치세력의 반기업 정서는 도를 넘었고 자충수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LG화학이 2300억원을 들여 전남 나주에 연구센터와 친환경가소제 생산 공장을 세우려다 주민들과 나주시의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1만 명의 고용효과가 있는 반값연봉 자동차공장 건설 프로젝트도 양 노총의 반대로 무산위기입니다.

"지금 이해집단의 지대추구행위가 가장 문제입니다. 정치권이 제어해야 하는데 능력을 상실했어요. 우리 경제가 혁신을 수용하는 능력을 잃은 지 오래됐습니다. 우버도 못하고 구글지도도 못 쓰는 나라는 웬만한 경제규모 나라 중에서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겁니다. 원격진료는 차치하고라도 약처방까지도 안되는 상황입니다. 의사협회가 반대한다고 정권이 손을 놓고 있어요. 노조에 대한 공권력 포기는 오래됐고 정말 큰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사업장 점거 사례입니다. 이는 명백히 재산권 침해입니다. 노사 협상이 결렬되면 근로계약이 중단된 것이고 그럼 사업장에서 근로자는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사업장 점거라는 폐습이 몇 십년째 지속되고 있어요. 법치는 안 되고 이해집단들이 무서워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는 이런 후진적 상황을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이 정부 출범에 공이 많다고 생각하는 노조는 청구서를 들이밀고 정권은 노조 눈치를 보는 상황에서는 노동개혁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UN과 미국의 강력한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어떡하든 경협을 추진하려 하고 있는데요.

"엄밀히 말해 경협이 아니죠. 경제원조입니다. 철도연결에 43조원이 든다는데, 정부 예산에 안 잡혀 있어요. 국회 예산 승인도 안 받은 상태입니다. 가능한 방법이라면 민자를 동원하는 것인데, 북한이 계약을 지키는 조직입니까. 우리 정부가 담보를 서줄 수밖에 없는데, 이는 국가 예산 투입이나 마찬가집니다. 북한 경제 크기는 영등포구 규모로 우리의 50분의 1밖에 안됩니다. 그 정도밖에 지불능력이 없어요. 통일 전 동독은 서독의 4대1 정도의 경제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경협은 결국 일방적으로 우리가 도와주는 형태로 갈 수밖에 없어요. 북한은 절대빈곤선인 하루 2달러 아래로 생계를 유지하는 빈곤인구가 전체의 40%인 1000만명에 달해요. 평양을 보고 화려하다고 하는데 거긴 소수층만 사는 대외용 세트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백번 양보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왜 우리가 도와줘야 합니까. 베트남 중국은 외국에서 도와줘서 된 거 아닙니다. 자기 의지로 된 거에요. 북 정권이 진짜 원한다면 자진해서 핵 폐기하고 외자 유치해 저임금 공장 유치하면 됩니다. 중국에서 떠나는 저임금 임가공 산업을 유치하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외자를 유치하려면, 시스템에 의한 지배로 전환해야 합니다. 김정은 일인 독재 체제에서는 투자할 사람이 없어요. 또 국제규범과 계약을 지킨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을 가동할 때 보면 북한은 개방 개혁 의지가 없었어요. 우리에게 도움이 된 것도 별로 없습니다. 거기 투자한 기업들은 주로 한계기업들이었어요. 물 전기 끌어다 주고 공단개발 해주는데 운영 못할 기업이 어딨습니까. 북한 전체를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순 없어요. 경협은 유엔과 미국의 제재가 풀려야 가능하겠지만, 미래를 위해 미리 국민에게 솔직하게 상황을 고하고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교수님은 평소 '암호경제'라 부르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가능성에 주목해왔고 관련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고 발언해왔는데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가 해외로 매각된 것은 참 아쉽습니다. 현재 거래량도 20분의 1로 줄었어요. 만들어진 회사마저 외국으로 팔리는 상황은 암호화폐 규제를 섣불리 한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일찌감치 리니지 게임머니니 아이템거래니 하는 훌륭한 암호화폐 시도가 있었습니다. 아아템 획득은 암호화폐 채굴이나 비슷합니다. 우리는 이미 가상화폐 훈련이 돼있었는데, 정치권 기성세대들이 이해를 못해 기회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암호금융으로 가는 찬스였는데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울 겁니다. 공유경제도 뒤떨어지고 있어요."

-끝으로 한국경제가 살아남기 위해 정부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합니까.

"소득주도성장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감몰아주기를 더 심하게 단속한다고 하고 2020년 최저임금이 더 올라갈 것을 예상하는데 이런 우려를 우선 씻어줘야 합니다.유예된 주 52시간 근로제 단속이 어떻게 될지 몰라 기업들이 대책을 못 세우고 있어요. 이런 불확실성을 빨리 제거해주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감세 정책을 펴야 합니다. 미국과 캐나다가 감세정책으로 호황을 구가하고 있어요. 소득주도성장은 남의 임금을 빼앗아 부잣집 아들 알바비를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가처분 소득을 올려줄 수 있는 감세가 시급합니다. 8월까지 세수 초과분이 24조원이라고 하는데, 시장에서 돈을 쓸어가면서 소비가 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경기 진작에 좋은 부동산 정책도 다시 접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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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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