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창시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오랜만에 작심 발언 김 "中企 현재도 어려운데… 무역戰 미·중 사이 관계설정 중요" 김정식 교수 "경제 저성장 막으려면 공급측면 경제정책 펼쳐야"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은 1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담론 : NEAR시사포럼' 창립대회를 열고 '한국 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첫 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동욱기자 fufus@
NEAR재단 창립포럼 - 한국경제 진로
"한국 경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람'입니다."
경제민주화 창시자인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NEAR재단이 주최한 '담론: NEAR시사포럼' 창립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의 진로를 말할 때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라며 "사람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인구가 계속 감소한다면 우리 경제에 장래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김 전 대표가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오랜만에 공식 행사에서 참여해 나온 것이어서 좌중의 눈길을 끌었다. 김 전 대표는 최근 김종필 전 총리 빈소의 조문을 하는 등 조금씩 활동을 늘이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김 전 대표 외에도 정관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최근 침체일로인 우리 경제를 반영하듯 토론회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다. 김 전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의 얼굴도 토론이 진행되면서 더욱 굳어졌다.
김 전 대표는 이어 최근 우리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는 고용이 80% 이상을 맡고 있는 중소기업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경제개발을 하면서 소위 재벌 위주의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산업구조가 양극화를 이루고 있다. 수출을 주도하고 있고, 중견기업 이상의 기업은 최저임금 문제가 전혀 거론될 필요가 없다"면서 "그외 중소기업은 지금 임금도 지급하기가 급급한데 최저임금을 인상하니 파열음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정상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중요한 정책과제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는 미-중 무역마찰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한-중 수교 이후에 중국의 의존도가 높아져서 지금은 27%가 중국에 대한 수출인데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시기 원인으로 미국의 견제를 꼽고, 미국이 중국에 대한 견제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미국과의 사이에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도 미-중 무역마찰이 한국경제에 위기라며 김 전 대표의 분석에 공감했다. 김 교수는 "미중 무역마찰은 우리나라 수출이 미중 양측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중 갈등으로 중국의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도 0.4~0.5% 하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이 시장경제 블록 동참을 압박하고, 중국에 의해 제2 사드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도 잠재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이어 한국경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은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진단에 대한 반박을 이어가며 뜨겁게 진행됐다. 또 고용, 소득분배, 경제성장률 등 각종 경제 지표가 우리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며 정부의 분배정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 교수는 "정부가 내세우는 수요 중심의 부양정책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저성장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 고용을 늘리는 등의 공급 측면의 경제 정책을 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정부는 '제조2025' 정책을 내세우고 있고, 미국 정부는 IT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고 꼬집었다. 송석구 전 삼성꿈 장학재단 이사장도 "일단 파이를 키워야 복지도 할 수 있고 성장도 할 수 있다"면서 "기업의 투자환경 개선이 중요한데, 각종 규제 개편으로 기업들이 기업운영을 하려는 의지를 보이기보단 해외로 나가려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수와 진보 정치인 모두가 기업의 투자활성화와 재정의 건전성, 내수활성화 정책들을 종합적으로 직시해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혁신성장을 통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노동자들의 임금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한국 경제는 개방경제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면서 "내수만을 위한 정책도 반쪽에 정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좌우를 막론하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혁신 DNA를 착근하고, 시장경제의 작동 원리인 성과와 보상이라는 원칙이 작동되어야 시장의 성장과 형평이 작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종 규제환경으로 대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거나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업이 혁신할 수 있도록 정부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