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원장 집전 극히 이례적
경건한 분위기 속 미사 진행

"문재인 대통령님, 김정숙 여사님 환영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축복을 전합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기도합니다."

17일 오후(현지시간) 가톨릭의 중심 중의 중심인 교황청 성베드로대성당에 한국어가 울려퍼졌다. 누구도 예상 못 한 일이었다.

역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에서 집전자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이 한국어로 미사를 알린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오직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특별 미사였다.

교황청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 나라의 평화를 위해 미사가 열리는 것은 교황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국무원장이 이날 미사를 집전한 것도 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미사에는 교황청 성직자들과 현지 외교단, 우리 정부 관계자, 현지 거주 교민, 유학 중인 한인 성직자 등 약 800명이 함께 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국의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간절함과 희망 속에 시종일관 진지하고, 경건한 분위기였다.

평화를 주제로 한 파롤린 원장의 강론은 성당에 모인 사람들 대다수가 한국인임을 배려해 현지에서 유학 중인 장이태 신부(로마유학사제단협의회 회장)가 대독했다. 강론은 부활 이후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나타나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고 인사한 예수님의 이야기를 담은 요한복음을 매개로 해 이야기를 풀어갔다.

사흘 전 가톨릭 성인으로 추대된 교황 바오로 6세의 말도 인용됐다.

"언제나 평화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세상이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건설하며, 평화를 방어하도록, 그리고 오늘날 되살아나고 있는 전쟁을 야기할 수도 있는 상황들에 맞서도록 세상을 교육해 주어야 합니다."

이어진 보편지향 기도에서는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염원이 구체적으로 표출됐다. 대표 기도자가 "평화의 주님,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맞서고 있는 이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의지를 심어 주시어, 그들이 세상의 안녕과 정의 실현을 위하여 욕심을 버리고, 참된 평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소서"라고 말하자, 좌중은 "주님, 저희를 주님께 이끌어주소서"라고 화답했다.

'분단으로 인해 아픔을 겪는 이들을 위한 기도'도 울림을 줬다.

이날 미사는 지난 3일 개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 참석차 교황청에 머물고 있는 유흥식, 조규만, 정순택 주교 등 한국 주교 3명과 로마에서 유학 중인 젊은 성직자 등 한국 사제 130명이 공동 집전하고, 성가대는 로마 근교의 음악원에 유학하는 음악도가 주축이 된 로마 한인성당 성가대가 맡아 의미를 더했다.

1980년대 주한 교황청 대사를 역임한 프란체스코 몬테리시 추기경도 자리를 함께 해 떠나온 지 한참 된 한반도의 평화를 함께 빌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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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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