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이영면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
고용절벽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인구 5천만이 넘는 나라의 고용정책이 하루아침에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당장 취업자가 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니다. 정부 정책은 단기적인 것도 있지만 중장기적인 것도 많아서 효과를 보려면 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정부도, 야당도 취업자 수나 고용지표에 대해 조바심을 낼까?

이번 정부가 출범한 지도 이제는 1년을 훌쩍 지났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충분한 준비가 없었다고 하지만, 이제는 집권 3년차를 생각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돌이켜 보면 대통령의 공약 중에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를 만들어,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들겠다는 공약이 첫 번째였다. 더불어 잘사는 경제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을 포함한 공공부문에서 채용을 대폭 확대하고,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였다. 그러나 얼마 전 한 기업을 방문한 대통령은 결국 고용창출은 기업, 즉 민간부문이 주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씀을 해를 넘겨서야 한 게 아닌가 싶다.

그 동안 공무원과 공공부문 채용 대폭 확대, 인천공항공사를 시작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실현을 위한 추진, 2년째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으로 저녁이 있는 삶의 실현, 이 모두가 하나하나씩 볼 때는 훌륭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모든 정책에는 그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고, 일하는 현장에서는 모든 정책의 효과가 섞여서 나타나게 된다. 공무원 한명의 채용은 정년까지 그리고 정년 후 연금까지 엄청난 비용을 국가가 세금으로 책임지게 된다. 금년에 채용한 20대 공무원은 아마도 앞으로 80년 이상 국가가 책임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상시업무에 대한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앞으로 그 업무가 과연 십년 이십년 계속되는 일인가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기술발전과 환경변화는 예측하기 어려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속도로의 하이패스는 일 년에 한 차로씩 증가한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수준의 전자정부시스템을 운영하면서도 우정사업본부의 인력은 계속 부족하다. 최근 공공기관의 경우 수 천 수 만 명의 단기계약 근로자의 채용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은 직접 고용이나 최소한 자회사의 소속으로 고용이 안정되고 근로조건이 향상되고 있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민간 기업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아무런 변화도 없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앞서가는 공공부문과 뒤처지는 민간부문의 격차를 고민하게 되었다. 민간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더라도, 경기하락 전망 하에 현재 상황도 불안하다. 비록 2020년 최저임금 일만 원은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주문기는 일반화되고, 저임금 알바 일자리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음식숙박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60대 이상의 근로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처럼 예산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공공부문은 인력과잉에 대해 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찌 보면 가장 안정적인 직장이다. 문제는 민간부문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대기업도 예상하기 어려운 천재지변이나 난제를 만나면 생존이 불확실해지고, 근로자들에 대한 고용이나 임금 등은 바로 불안정해진다. 그런데 요즈음 정부의 고용정책은 다각도로 기업의 여건을 어렵게 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최대 52시간, 대기업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엄한 처벌, 부정한 채용에 대한 구속수사…. 각각을 보면 다 필요하고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기업하는 사람들의 의욕이다.

사업을 하는 분들은 성공해서 인정받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가장 기본이다. 그 결과는 금전적일 수도 있고, 명예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쉬는 시간, 쉬는 날 없이 일한다. 근로기준법 적용대상도 아니다.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이 기업 경영자의 의욕을 꺾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문을 닫을 수도 있지만, 회사경영이 싫어져서 회사를 버릴 수도 있다. 사람을 채용하려는 기업이 문을 닫으면 근로기준법도 노동법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경제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진정한 고용창출이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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