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다시 방문한 인도 첸나이는 여전하였다. 끝없이 울리는 경적소리, 모터사이클과 차들이 뒤엉켜 흘러가는 도로, 길가에 널려 있는 쓰레기, 창도 없는 시커먼 버스에 가득 타고 있는 사람들, 툭툭 튀어나와 길을 건너는 사람들, 가끔 길을 가로막는 소 모두 8년 전과 비슷하였다. 자동차 기술 분야의 큰 국제대회인 FISITA World Automotive Congress 2018(이하 FISITA대회)이 처음으로 인도 첸나이에서 열렸다. 첸나이는 우리나라의 울산과 유사하게 인도 동남부 바닷가에 있는 자동차 관련 산업이 발달한 도시이다. 타밀나두 주에 속하고 종교는 힌두교를 위주로 다양하며 성토마스가 묻힌 곳이라고 알려져 있는 천주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2016년에 한국에서 열린 FISITA 세계자동차대회에서 차기 대회가 인도에서 열린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다. 자동차산업의 수준이 아직 한국보다 한참 뒤져 있고 자동차 관련 연구개발도 마찬가지로 쫓아오는 상황에다가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수준이 아직 이런 국제대회를 개최하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11년에 처음으로 인도가 아시아의 자동차 대회인 APAC(Asia Pacific Automotive Conference)를 개최하였는데 거의 인도사람위주의 국내 대회 같은 인상이었고 가끔 전기도 나가서 행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 참가해 보니 많은 인도 자동차분야 종사자들이 헌신적으로 대회를 준비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도의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하여 '저렴하고 지속가능한 와해성기술'(Disruptive Technologies for Affordable and sustainable Technologies) 이라는 대회 슬로건을 정하였으며 인도 참가자들의 발표 내용도 선진기술은 아니지만 인도의 현실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인도는 다른 선진국처럼 자동차배기오염을 강하게 규제하기 위해서 기존의 규제인 BS4(Bharat Stage 4)단계에서 BS5 단계를 생략하고 2020년에 바로 BS6(유럽의 Euro6에 해당)단계로 강화하려고 하고 있다. 보통 한 단계를 거치는데 5년 정도 걸리므로 10년에 걸친 개선을 5년에 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급격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완성차, 부품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다행하게도 이미 한국을 비롯한 자동차 선진국들이 Euro6를 만족하는 차량들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은 이미 개발된 상태여서 인도 엔지니어들은 기존 기술을 현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었다.
인도의 인구증가가 중국보다 빨라서 2030년에 인도의 인구는 15억을 넘어서고 2020년을 지나면 자동차 생산과 판매규모도 세계 3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인도사람들은 자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번 FISITA 대회에서 이런 미래를 미리 대비하려고 엔지니어 교육 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교육에 관한 토론이 있었는데 인도의 엔지니어링 교육이 전통적으로 이론에 치중하였는데 이를 벗어나기 위해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제품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경험을 갖도록 교육제도를 바꾸고 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런 큰 변화의 물결에 따라 인도의 자동차업체들도 과감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 회사는 첸나이에 마힌드라 밸리를 개발하고 자신들의 자동차와 농기계를 함께 연구 개발할 수 있는 연구소를 만들었고 포드 등의 다른 회사들의 연구소도 입주시켰다. 이 마힌드라 연구소에는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수석부사장이 한국 사람이다. 쌍용자동차에서 연구소장을 지낸 이수원 부사장인데 자체적으로 엔진부터 차량까지 개발하기를 원하는 마힌드라를 위해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같은 첸나이 지역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도 방문했는데 공장바닥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 50명 정도의 한국 중역과 엔지니어들이 많은 인도 노동자들을 이끌고 마루티 스즈끼에 이어 인도 제 2위의 업체를 이끌고 있었다. 매우 효율적으로 차량을 생산하여 연간 생산량이 70만대에 육박하며 인도 내에서 50만대 이상을 판매하고 15만대 이상을 수출하여 인도에서 자동차 수출로는 최고이고 2020년 까지 상트로 등 인도현지에 적합한 차량을 8종 계속 투입할 예정이어서 앞날도 밝아 보였다.
지금도 길거리의 경적소리 소음이 귀에 어른거리고 길가에 있는 쓰레기와 가난하게 보이는 인도서민들이 눈에 어른거리지만 밝은 미래를 위해 희망을 갖고 학회장에서 발표하는 젊은 연구자들과 공장에서 일하는 많은 젊은 공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너무나 민주적이어서 정부에서 일관되게 경제를 끌어나가지는 못한다고 하지만 매년 7%를 넘게 성장하는 인도의 자동차 산업발전에 한국의 자동차 기술인들이 적극적으로 기여하여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중국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수년간 중국 시장에서 위축된 모습을 보인 현대기아차가 인도에서는 현지 소비자들의 취향을 잘 간파하고 친환경차와 소형 SUV도 일찌감치 투입하여 잘 대응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