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주고받으며 힘겨루기 아르헨·터키 등 신흥국 부도에 유럽 자동차 산업까지 흔들어 "당분간 양국 대치 지속될 듯"
美ㆍ中 무역전쟁 선전포고 200일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3월 22일) 서명으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 200일을 넘어섰지만, 타협점은커녕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단순히 양국 관세부과 수준을 넘어, 지난 11일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사태를 촉발하기도 했다. 이미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부도사태를 맞았으며, 유럽 자동차 산업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IMF(국제통화기금)이 "미·중 무역전은 경제 냉전을 불러올 것"이라 경고한 데 이어 국내 전문가들은 14일 "미·중 무역전의 쓰나미가 우리나라를 덮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 경제 환경의 급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 미국의 선전포고 =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며 무역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중국에 천문학적인 관세 폭탄을 안김으로써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역사상 가장 큰 적자"라며 "일부에서는 연 3750억 달러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지금 504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의 연간 총 무역적자 800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국가를 재건하는데 미국을 '돼지 저금통'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등의 거친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화들짝 놀란 중국이 협상에 나섰지만, 미국의 태도는 강경했다.
드디어 7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의 선제공격에 중국은 보복으로 응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관세 폭탄을 투하한 날 중국 상무부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 조치를 함에 따라 중국도 미국산 일부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이미 발효했다"고 밝혔다.
◇'강대강'의 미·중 대립 = 미·중 양국은 8월 23일 차관급 협상이 진행되는 도중 160억 달러 규모의 상대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다시 한번 공격을 주고받았다. 2차 관세 폭탄이었다. 중국이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미국은 2000억 달러라는 '초대형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내 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24일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우선 10%의 관세를 부과한 뒤 내년 1월 1일부터 세율을 25%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또다시 보복을 가할 경우 267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사실상 모든 중국 제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 같은 경고에도 중국은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5~10% 보복 관세를 매겼다.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합작사인 상하이 GM이 생산한 자동차에 무더기 리콜 조치를 내리는 등 비관세 장벽을 활용해 보복에 나서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 중국의 지구전 준비, '전쟁은 오래 지속된다.' = '미·중 무역전'은 현재 미국의 강공에 중국이 그로기 상태에 빠진 모양새다. 그러나 그리 만만치 않아 보이는 게 중국의 태도다. 본래 중국은 13개국의 만청 침략과 일본의 만주 침략 때도 그랬지만, 지구전에 강하다. 내부의 탄탄한 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끝없이 적을 괴롭히는 전략을 자주 써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모습이 최근 '무역전'에서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개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G20 정상회의는 11월 30일과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다. 하지만 양국이 무역전쟁을 끝내기 위한 타결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 역시 "중미 양국은 각급 간 대화와 소통을 긴밀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았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