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 풀리자 미국이 찬물
현지 생산량 급감속 위기 커져
관세 현실화땐 가격경쟁력 뚝
"판매 자체 의미 없어질 수도"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시진핑발 사드 악재 뚫었더니, 이번엔 트럼프발 관세 폭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는 현대·기아자동차에 미국이 찬물을 끼얹을 조짐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지난 2011년 이후 8년 만에 미국 공장 생산량 최저치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의 미국공장 생산량은 올 들어 8월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03% 감소한 19만8900대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아차 미국공장 생산량은 25.28% 줄어든 15만8000대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11년 이후 미국공장 생산량은 8년 만에 최저치로 내려앉게 된다. 현대차 미국공장은 2011년 연간 33만8127대를 생산한 이후 2013년과 2014년 40만여대 수준까지 증가했다가 올해까지 5년째 내리막을 걷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월별 평균 생산량인 약 2만5000대를 앞으로 남은 4개월까지 지속한다면 올해 총생산량은 30만대에 그친다. 기아차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기아차는 미국공장은 지난 2011년 27만3751대를 생산한 이후 2013~2016년까지 37만대 수준을 유지했다가 작년 6년 만에 3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이어 올해 월별 생산량은 2만여대로, 현 추세를 고려하면 한 해 생산량이 24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공장 생산 감소는 현지 판매 감소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지난 8월까지 미국에서 2.29% 감소한 44만4342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기아차 판매는 1.21% 줄어든 40만539대다. 지난달인 9월 현대차의 판매량은 작년 같은 달보다 0.62% 증가한 5만7359대에 그쳤고, 기아차는 1.84% 감소한 5만1503대를 기록했다. 판매성장이 사실상 멈춘 데다, 재고 물량 소진 압박까지 더해지며 생산 증가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현재 우려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까지 현실화하면 부담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지 판매 감소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관세폭탄까지 더해지면 가격경쟁력마저 떨어져 사실상 판매 자체가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실제로 이날 현대자동차 노조는 "미국 '관세폭탄'으로 완성차와 부품사에 최대 3조4581억원 손실이 예상돼 관세 면제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국회 비준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기아차로선 모처럼 중국에서 '사드 해빙기'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공장 부진이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미국공장이 부진에 시달리는 동안 중국공장의 생산량은 작년보다 두 자릿수나 늘었다. 현대차의 올 들어 8월까지 중국공장 생산량은 50만3686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40% 늘었고, 기아차 역시 21만4730대를 기록해 23.40% 증가했다.

그나마 인도 등 신흥국에서의 생산 증가로 미국 생산 감소를 상쇄한 점은 고무적이다. 올 들어 8월까지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 생산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2% 증가한 259만3446대다. 중국공장 회복세와 함께 인도공장(9.02%), 러시아공장(6.06%), 브라질공장(8.58%) 등이 성장세를 기록한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 중 하나"라면서 "판매 부진은 곧 경쟁력 약화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양혁기자 m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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