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對이란제재 복원 앞두고 브렌트유, 1.76%↑ 86.29달러 터키·인도 등 원유수입 부담 가중
국제유가가 다음 달로 예정된 미국의 대 이란 제재 복원을 앞두고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터키, 인도 등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신흥국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3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1.18달러(1.6%) 오른 76.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선물거래소(ICE)의 12월물 브렌트유도 전일 대비 1.49달러(1.76%) 상승한 86.29달러를 기록했다.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은 2014년 말 이후 최고치다. 이날 원유 가격의 상승은 오는 11월 5일 예정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공급 감소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신흥시장을 둘러싼 경제위기도 함께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과 달러 강세, 글로벌 무역 긴장 등으로 이미 타격을 입은 신흥국에 고유가라는 두통까지 더해졌다고 밝혔다. 통화 가치 급락을 겪고 있는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신흥국들이 유가 상승까지 겹쳐지며 원유 수입에 더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브렌트유는 연초 대비 22%가량 올랐다. 반면 터키는 통화 가치가 연초 대비 37% 이상 하락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터키는 원유 수입 비용이 두 배나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또 WSJ은 인도 역시 통화 가치가 연초 대비 12% 하락했고 원유 비용 부담은 39% 늘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도 마찬가지다. 루피아화 가치는 2일 달러당 15,025루피아로 올라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니시하마 도루 다이치생명 신흥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네시아는 원유 순 수입국이므로 유가 상승과 루피아화 약세가 인플레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필리핀과 남아공 또한 페소화 가치와 랜드화 가치가 연초 대비 각각 7.5%, 12.5%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에도 국제유가는 당분간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증산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 간 갈등도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날 국제사법재판소(ICJ)의 인도주의 분야 제재 철회 명령에 반발해 '미·이란 친선, 경제관계 및 영사권 조약'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이미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여기에 연준이 12월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도 신흥국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소수의 나라가 스트레스를 받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면서 "연준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는 일에 대해 투명해지는 것과 미 경제가 계속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