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김아름 기자] 가격 경쟁력이 매출을 좌우하는 '가성비의 시대'에 가장 비싼 가격을 내세우고도 1위를 놓치지 않는 브랜드들이 있다. 남들보다 빨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가격보다는 품질을 앞세워 구매 만족도를 높이는 전략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4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은 시장 점유율이 73.7%(닐슨, 2018년 7월 기준)에 달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출도 전년 대비 25% 이상 늘어나면서 CJ제일제당은 햇반이 올해 매출 2000억원, 4억개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햇반이 경쟁자인 오뚜기(오뚜기밥), 동원(쎈쿡)에 비해 고가라는 점이다. 동일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햇반과 오뚜기밥, 쎈쿡의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오뚜기밥은 개당 704~710원대였던 반면 햇반은 820~890원으로 16% 이상 비쌌다. 흰쌀밥 제품군이 없는 동원의 경우 발아현미밥이 800원대 초반으로 햇반의 일반 쌀밥과 비슷했다.

그럼에도 햇반의 점유율은 2016년 67%, 지난해 69%에 이어 올 상반기 73.7%로 오히려 상승세다. 소비자들이 즉석밥을 선택할 때 가격보다 브랜드를 먼저 확인한다는 의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레토르트밥에 집중할 때 무균포장밥이라는 방향성을 잡고 초기 설비 투자에만 100억원 이상을 쓰는 등 선제적 투자로 압도적인 R&D 역량을 갖춘 것이 비결"이라고 밝혔다.

홍삼 시장의 강자 정관장도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압도적 시장 1위의 대표격이다. 지난해 기준 정관장의 시장 점유율은 71%로 2위 농협 한삼인(6.8%)과 큰 차이가 있다.

정관장의 경우 KGC인삼공사가 제조와 판매를 모두 맡고 있어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 강점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선물 비중이 높은 특성상 제조 과정에서의 신뢰성과 브랜드 인지도가 가격 경쟁력보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홍삼 전문 브랜드로 자리를 굳힌 정관장의 점유율이 높은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관장은 전체 매출 중 절반 이상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발생한다. 이 역시 '전문점에서 직접 제품을 보고 고른다'는 특징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KGC인삼공사 관계자는 "원료 인삼 재배부터 가공, 포장까지 직접 하기 때문에 위탁을 맡기는 다른 업체들보다 가격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만큼 원료와 제조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 소비자들이 선택해 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의 인스턴트 커피 카누도 루카스나인·수프리모 등 경쟁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1위다. 점유율이 80%를 넘어섰다. 믹스커피 시장의 침체와 커피전문점의 성장세에 맞춰 아메리카노 스타일의 즉석 원두커피를 내놓은 것이 주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압도적 기술력을 가진 1위 업체가 새로운 시장에 먼저 진출하면 후발 주자들이 따라잡기 어렵다"며 "가격 차이를 품질과 브랜드가 메우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KGC인삼공사·동서식품 제공>
<CJ제일제당·KGC인삼공사·동서식품 제공>
김아름기자 armij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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