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 머신, 블록체인과 세상 모든 것의 미래
마이클 J. 케이시·폴 비냐 지음/유현재·김지연 옮김
비트코인 폭풍이 국내에 본격 불어닥친 것은 작년 하반기 들어서다. 20·30대 남자 성인의 3분의 1이 직간접적으로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 투자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 때 뒤늦게 각광 받은 책이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이다. 2016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을 저널리즘적으로 가장 잘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저자 마이클 J. 케이시는 MIT 미디어랩에서 분산원장 소프트웨어 및 암호화폐를 연구하는 전 월스트리저널 칼럼니스트다. 폴 비냐 역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암호화페 등 디지털화폐와 블록체인을 취재하고 있다.
'트루스 머신, 세상 모든 것의 미래'는 '비트코인 현상, 블록체인 2.0'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전작이 비트코인이 무엇인지 어떻게 비트코인이 금융사의 중개 없이도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지 비트코인의 적용 분야 가운데 한 작은 분야인 화폐로서의 기능이나 지불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본 데 반해, 이 책은 비트코인의 제반 기술과 거기서 파생된 기술들을 통해 사회 전반적인 구조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다룬다.
내용이 매우 도발적이다.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이 중앙집권적 제3자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중앙의 통제기제 없이 분산된 원장에 기록함으로써 개인과 개인간 거래의 자유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탄생했다는 점을 상기하며 생활의 전 영역으로 블록체인 기술의 확산을 꾀한다. 저자들은 "집중화된 권력구조를 뒤엎어버리기 위한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며 "블록체인 기술은 구글, 페이스북, 미 국가안보국(NSA) 등 우리의 소중한 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에 의해 더 이상 지배당하지 않는 세계를 꿈꾼다"고 역설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은행, 정부와 같은 수많은 중개자 또는 게이트키퍼들의 기록관리시스템에 의존해 살아왔다. '신뢰받는 제3자'들이 우리를 대신해 기록을 작성 저장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을 믿고 가치 있는 물건을 거래해왔다. 그들은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중개수수료 징수 지위를 남용해 터무니없이 비싼 수수료를 챙겼다. 더군다나 그들은 확보한 정보를 갖고 그들에게 유리한 금융상품을 설계하고 팔아 막대한 추가 이익까지 노렸다.저자들은 이런 중개기관들이 사라지게 되면 비용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말한다. 단, 신뢰를 담보했던 제3자가 사라지는 공백을 메울 새로운 신뢰기반이 필요하다. 그것이 블록체인 기술이고 이제 막 싹을 틔워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 따라서 블록체인이 바꿀 세상은 단순히 암호화폐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권력이양 플랫폼은 세계를 거대한 '글로벌 디지털 경제'로 향하게 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이 디지털 시대를 위한 새로운 '헌법'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 제도적 의제를 던지고 분석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