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문 정보통신기술협회 회장
'리드타임' 기획~제품화 축소 등
ICT 융합 표준화 역점 등 강조

"ICT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국제표준 선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완벽해도 표준제정이 안되면 시장에 물건이 나올 수 없습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창립 30주년을 맞아 박재문 TTA 회장(사진)은 3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보통신 기술표준 역사와 향후 비전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TTA는 ICT 표준을 정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법정협회(민간표준화기구)다. 지난 2016년 10월 TTA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박 회장은 공직생활 대부분을 ICT 분야에서 보낸 정보통신 전문가다.

박 회장은 "제품 출시에서 타임 투 마켓(신제품을 출시하는 시기와 속도)이 중요한 만큼, 리드타임(lead time, 기획에서 실제로 제품화되기까지의 시간)을 줄여야 한다"면서 "이동통신 표준도 ITU(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 정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기술의 발전속도가 빨라 시장이 도저히 못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세계 통신사 단체인 3GPP(이동통신 표준화 단체)를 만든 이유다.

ICT분야의 국제표준은 ITU, ISO 등 UN산하 국제표준기구에서 제정한다. 여기에서 표준으로 채택이 돼야 국제표준이 된다. TTA는 사업자 간 표준인 단체표준을 제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1980년대 후반 ICT기기 간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보통신 표준화 활동의 필요성이 커졌다. 상호호환성만 확보된다면 기술력을 앞세운 제품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전기통신 사업 및 전기통신장비 시장을 선점하려는 세계 각국의 노력은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국제표준을 앞세워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의 시장을 공략하는 무기로 활용했다. 한국도 기술 표준화의 위력을 실감하고, 이후 표준화 활동에 범 국가적인 지원을 펴고 있다. 특히 정부 주도가 아닌 통신사업자, 산업체, 연구기관, 학계, 이용자 등의 범 민간적 기구를 신설해 국내 기술을 표준화하고, 정부는 이를 승인 또는 허가하는 방법으로 국내 산업체의 지위를 향상시켜 개방요구에 대처해 왔다. 이같은 취지로 지난 1988년, TTA가 탄생했다.

TTA의 또 다른 임무는 '시험인증'이다. 시험인증은 기술기준이나 표준이 정해지면 해당 제품들이 그 표준에 적합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2001년 1월 TTA는 시험인증연구소를 설립, 표준화에 이어 ICT 시험인증 부문에 진출했다. 일일이 수많은 기기를 시험해서 인증서를 줄 수 없는 만큼, TTA 인증을 통과하면 인증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박 회장은 "국제표준기구의 역할을 폄훼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표준화 활동의 장이 넓어지고 속도감을 요하는 만큼, 국제표준화를 지원하는 환경도 업계와 굉장히 긴밀한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TTA는 각 산업이 ICT 기술을 기반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ICT 융합 표준화에 역점을 맞추고 있다. 박 회장은 "만약에 스마트시티 하는 사람들이 스마트시티만 보면서 ICT표준화를 하게 되면 스마트자동차와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ICT표준화가 과거에는 통신, 통신기기, SW만 쳐다보고 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지났다"고 진단했다. 융합의 시대, 기초를 표준으로 다져야 나중에 전 산업 간에 새로운 융합이 일어날 때 기초가 단단해 질 수 있다는 게 박 회장의 지론이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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