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집유 석방되면 경영정상화 신뢰회복 위한 개혁안 제시할 듯 구속 유지되면 총수공백 장기화 그룹 사업전반 경쟁력 악화 우려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재계 5위인 롯데의 운명이 갈림길에 섰다. 오는 5일 오후 신동빈 회장(사진)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라 롯데가 경영 정상화로 갈 지, 총수 공백 장기화로 갈 지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3일 재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는 5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면세점 특허 취득을 청탁하는 대가로 최순실 씨가 지배한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 지원한 신 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해 선고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 2월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2심 재판부는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500억 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등 횡령·배임을 저지른 경영비리 사건까지 병합해 선고를 한다. 검찰은 지난 8월 신 회장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대통령으로부터)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았으면 거절할 명분이라도 있겠지만, 저희가 요청받은 건 올림픽 선수 육성을 위한 것이었다"며,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이 뇌물이 아니라 사회 공헌 차원이었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져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석방될 경우 신 회장은 국민 신뢰 회복과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잰걸음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면한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가 운영하고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거의 멈춰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롯데는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10여 건, 총 11조원 규모의 인수·합병(M&A)을 검토·추진했으나 신 회장의 부재로 인해 이를 포기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롯데케미칼의 인도네시아 유화단지 건설 지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 회장이 무죄 또는 집행유예로 석방될 경우 신뢰 회복을 위한 개혁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앞서 2017년부터 5년 간 7만명 신규채용, 총 40조원의 투자 계획, 회장 직속 준법경영위원회 신설, 호텔롯데 상장, 지주사 체제 전환 등의 계획을 내놓은 적이 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풀려날 경우 호텔롯데 상장, 금융 계열사 정리 등 지주사 체제 구축과 지배구조 재편, 추가 투자·일자리 창출 계획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심에서도 실형 선고를 받고 신 회장의 구속상태가 유지된다면 롯데그룹의 경영 공백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판 결과에 따라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자칫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되살아날 경우 혼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 공백이 길어지면 4차 산업혁명과 보호무역 확대 등 시시각각 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사실상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워진다"며 "이는 곧 롯데그룹 사업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