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적절한 연구비 집행과 논문 공저자 등록, 유령 국제학회 참가 등 과학기술계 내에서 연구윤리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이를 계기로 연구관리·연구행정 시스템 대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과학기술 관련 단체들이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연구윤리 토론회에서 박상욱 서울대 교수는 "연구행정 전문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구윤리 문제는 재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연구와 행정을 분리해 연구자들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연구 수행기관과 연구책임자가 연구관리 책임을 분담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 R&D 예산 20조원 중 대학이 약 5조원을 쓰고 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된 대학 산학협력단의 국가R&D 간접비 수익이 연 7000억원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연구지원 수준은 떨어진다고 박 교수는 진단했다. 연구지원 보다는 말단 규제 성격의 관리에 집중하고, 과제 종료 후에도 정산 등 행정업무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산학협력단이 해야 할 일들이 연구조직 내 학생 연구원들로 전가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박 교수는 특히 연구비 부적정 집행의 경우 연구자 고의가 아닌 경우는 산학협력단의 책임도 있는 만큼 연구자와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조직에서 전담 행정인력 없이 연구책임자와 학생연구원이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형 R&D과제만 자체 연구행정 인력을 채용할 수 있는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산학협력단 인력 증원, 공동행정원제, 연구행정원 풀링제도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내 대학 산학협력단 연구관리 전담인력은 총 2038명이고 이 중 정규직은 910명에 그친다"면서 "해외 선진 대학에 비해 행정인력 1인당 연구책임자 수가 과다한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약직 위주의 인력 운영, 교직원 대비 낮은 처우도 문제로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산학협력단은 관련 법에 의해 독립 비영리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일개 행정부서로 인식되고 산학협력단의 법인회계와 대학의 교비회계 사이의 불투명한 자금이동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면서 "산학협력단의 수입이 자체 기능과 역량 강화에 재투자되도록 정상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간접비 회계와 기술사업화 회계를 분리하고, 간접비 수익을 연구지원과 교내연구에 재투자하도록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 대학의 간접비 사용 자율성을 보장하고, 연구관리를 잘 하는 대학은 인센티브 성격의 별도 오버헤드형 간접비를 지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임윤철 기술과가치 대표는 정부 R&D를 종합 지원하는 범부처 총괄시스템이 미흡하다 보니 각종 비효율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각 기관의 연구비관리시스템을 과기정통부와 산업부 시스템으로 이원화해 통합하고, 연구비 집행 관리항목과 서비스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임윤철 대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기정통부 '이지바로'와 산업부의 'RCMS'도 일원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두 시스템은 연구비 업무관리, 연구비 민원, 연구비 사용관리, 증빙문서 관리 등 기능이 같다.

임 대표는 그러면서 연구행정 중간조직을 최소화하고 AI(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한 연구비 관리시스템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 RPA(로봇프로세스자동화)와 AI를 적용한 클라우드 방식의 연구비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이 시스템을 통해 각 연구조직과 블록체인으로 직접 연결하는 구상이다. 아울러 연구재단 내에 연구윤리와 연구비 부정사용 이슈를 전담하는 위원회를 설치, 문제 감지와 소명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고영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전문위원은 정부가 제정을 추진하는 국가연구개발특별법에 연구윤리의 개념과 철학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 연구윤리소위원회를 두고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에 연구윤리진실성 사무국을 두는 방안도 내놨다. 정부출연연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등 연구윤리와 관련한 국가 차원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연구자들을 연구부정 유혹에 들게 하는 평가제도를 개선, 다년도 평가와 질적평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연구윤리 토론회에서 박상욱 서울대 교수가 대학의 연구행정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총 제공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연구윤리 토론회에서 박상욱 서울대 교수가 대학의 연구행정 선진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과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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