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아마존, 구글 등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공백으로 인해 허가권 내의 방송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타개하고자 대규모 지각변동을 준비하고 있으며,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통신과 방송 간에 국지전 양상이 조만간 전면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에는 지상파재송신에 따른 요금(CPS) 계약이 대부분 올해로 끝나고 다시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문제는 지상파방송사의 수익구조가 최악의 적자상태이고, 유료방송 역시 OTT 사업자들로 인해 코드커팅이 발생하면서 경영상태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방송사들은 적자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CPS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양 사업자간에 끝없는 분쟁이 예상되고 있으며, 정부는 분쟁을 해소할 뚜렷한 해법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또한 정부는 지난 2015년 특정 사업자의 방송독과점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고 공정경쟁을 위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 법안을 제정 운영하였으나, 연장여부에 대해 국회에서 논의조차 못하고 올해 6월 일몰되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1위사업자인 CJ헬로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며, IPTV 1위사업자이며 위성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KT가 서울 수도권 지역의 케이블TV사업자인 딜라이브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케이블TV 420만 가구, 초고속인터넷 90만 가구 및 알뜰폰(MVNO) 약 1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CJ헬로를 합병한다면 유료방송 및 유무선통신 등 방송통신사업에서 1위 사업자인 KT에 대응할 수 있는 지배력을 갖게 될 것이다.
또한 KT가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약 2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딜라이브를 인수한다면 유료방송가입자 규모가 1000만에 육박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업자들이 합병하면 국내 방송통신시장에 미칠 파급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거대 기업들의 합병 추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유료방송 및 통신서비스는 업의 본질이 네트워크 사업임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여 OTT 사업자의 거센 공세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상파 재송신을 비롯한 콘텐츠 분쟁에 있어서 협상력을 높이고자 하는 니즈도 있을 것이다. 즉, 규모가 큰 사업자들이 더 크게 뭉치면서 급변하는 미디어산업 속에서 네트워크의 후방효과 및 콘텐츠 육성 개발 측면에서 시너지를 발휘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2년 전에 실패로 끝난 SKT와 CJ헬로의 합병에서 보았듯이 시장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하는 경쟁사들과 시민단체, 소비자단체들의 견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합병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방송 사업권역일 것이다.
현재 딜라이브와 CJ헬로은 전국 유선방송구역 77개 중 약 20개 전후의 권역에서 방송을 제공하고 있고, LG유플러스와 KT는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IPTV 사업자이므로 합병이 이루어진다면 합병기업은 지역방송권과 전국방송권을 모두 갖는 국내 사업자가 되든지, 아니면 지역방송권역이 전국방송권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케이블방송사는 지난 23동안 광역 및 기초단체장 선거방송을 통해 지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지역연고 스포츠 중계방송,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소개 방송, 지역 전통시장 소개 방송 등 내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를 지역 채널이 제공함으로써 전국방송에서 소홀히 하는 지역문화 창달 및 지역 커뮤니티의 유대감을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도 중요하지만, 지역방송을 위한 지역성 구현이 더욱 중요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