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법인세 올릴때 美 14%p 낮춰 자동차·철강 분야 등 역전 현상 영업익 증가분 40% 稅부담으로 전경련 "기업 경쟁력 확보 차원 文정부도 글로벌 기조 동참해야"
[디지털타임스 예진수선임기자] 올 상반기 미국 애플의 법인세 부담 비중이 14.0%를 기록한 반면 삼성전자의 부담 비중은 그 2배인 28.0%에 달하는 등 1년 새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국내 대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미국 기업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8년 상반기 한국 반기보고서와 미국 10-Q 연결손익계산서를 사용해 전기전자와 자동차, 철강 등 3개 업종의 법인세부담 비중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정부가 법인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인상한 뒤 삼성전자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3.8%에서 올해 상반기 28.0%로 상승했다.
반면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로 애플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같은 시기 24.0%에서 14.0%로 크게 줄며 1년 만에 두 기업 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여기서 말하는 법인세 부담 비중은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을 기업이 미리 산출한 법인세 비용과 견준 비율을 뜻한다. 국내의 경우 기업의 실제 법인세 부담은 통상적으로 이보다는 적다.
미국이 법인세율을 내리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법인세율이 2000년에 32.5%에서 2018년 23.9%로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한국의 법인세율 인상 등 역주행이 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력업종 가운데 자동차 분야도 현대차의 법인세 부담 비중이 20.6%에서 24.9%로 높아졌다. 경쟁업체인 미국 포드자동차는 19.1%에서 13.9%로 그 비중이 축소됐다. 철강 분야에서는 포스코의 법인세 부담이 28.2%에서 31.0%로 오르는 동안 미국 누코어의 법인세 부담은 31.0%에서 23.5%로 감소했다. 3대 주력업종 모두 법인세 부담 비중이 미국 경쟁기업보다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한경연은 이들 기업 간 법인세 부담 역전은 지난해 한국의 법인세율 인상(22%→25%)과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35%→21%)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경연 분석 결과, 세율 인상이 적용돼 올 상반기 국내 상장사의 영업이익,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증가보다 법인세 부담이 더 가파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와 올해 연속 법인세비용과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흑자인 450개사의 영업이익이 27.7%,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이 27.3% 늘어났지만, 법인세부담 증가율은 49.3%에 달했다. 영업이익이 총 13조3000억원 증가하는 동안 법인세 부담이 5조3000억원 증가해 영업이익 증가분의 39.8%가 법인세 부담으로 귀결됐다고 한경연은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2000억원(증가율 0.6%) 늘어나는데 그쳤다. 반면 법인세 비용은 8000억원(증가율 11.8%) 증가해 영업이익이 정체 수준임에도 법인세 부담이 더 크게 늘어났다. 그 결과 조사 대상 전체 기업의 법인세 부담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0.5%에서 올해 상반기 24.0%로 3.5%포인트 높아졌다.
법인세율 인상 대상인 연간 법인세차감전순이익 3000억원 이상인 기업(상반기에는 1500억원) 50개를 별도로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33.3%였으나 법인세 비용은 58.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50개 사에서 증가한 법인세 비용은 5조2000억원으로 전체 법인세 비용 증가분(5조3000억원)의 98.1%를 차지했다.
50개 사의 법인세 부담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20.5%에서 올해 상반기 24.1%로 3.6%포인트 높아졌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우리 기업의 투자 여력과 글로벌 경쟁력 증대를 위해 세계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에 동참해야 하며 실질적인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